미국 금리인상 공포…정크본드 시장 ‘아노미’

입력 2015-12-15 09:38 수정 2015-12-1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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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투자 부적격 등급 채권인 정크본드 시장이 유동성 함정에 빠져들고 있다. 불안감에 휩싸인 투자자들이 정크본드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뮤추얼펀드에서 갑작스럽게 투자금을 대거 회수하면서 미국뿐 아니라 신흥국에서도 경고음이 들려오고 있다.

1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운용하는 세계 최대 투기등급 회사채 상장지수펀드(ETF) 아이셰어 아이복스 달러 하이일드 회사채 ETF는 이날 1.5% 급락했다. 지난 11일 2% 급락하며 2011년 이후 최대폭으로 떨어진 데 이어 추가 하락한 것이다.

이에 투자자들 사이에 과열된 투매 현상이 정크본드 시장의 붕괴를 야기할 것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이날 영국 헤지펀드 루시더스캐피털은 투자자들의 거센 환매 요구를 이기지 못하고 9억 달러 규모의 정크본드 펀드를 청산하기로 했다. 지난주에는 미국 헤지펀드인 서드애비뉴매니지먼트와 스톤라이온캐피털파트너스가 뮤추얼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환매를 중단했다. 이들 헤지펀드는 경영난에 처한 기업들이 고금리로 발행하는 이른바 ‘디스트레스트(distressed) 채권’에 집중 투자해왔다. 그러나 미국 금리인상이 기정사실화한데다 원자재 가격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관련 기업이 많이 포함되다보니 이들 헤지펀드는 투자자들의 자금인출 압력에 시달렸다.

정크본드 시장은 투자자들의 자금 회수가 쉽고 만기가 불일치하는 뮤추얼펀드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금리인상 여파를 우려한 투자자들이 손실을 피하고자 다른 사람보다 먼저 투자금을 환수하려고 열을 올리고, 이같은 매도 과열 양상이 정크본드 시장의 붕괴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이 “하이일드 채권 시장은 곧 터질 ‘화약고’”라고 경고한 것도 이 점을 우려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정크본드 시장의 유동성 고갈 문제가 신흥국 시장으로 번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신흥국 회사채 발행 규모가 지난해까지 최근 10년 사이 4배로 성장했다. 2013년 순유출이 발생하긴 했지만 2009년부터 2014년 사이 15개 신흥국 채권 펀드에 657억 달러(약 78조원)가 순유입됐다. 그러나 이들 펀드에서 올 들어 11월까지 4억9000만 달러가 다시 순유출됐다. 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신흥국에서 자금이 이탈한 것이란 분석이다. 애슐리 페롯 UBS글로벌 자산운용 범아시아 채권 책임자는 “주요국 중앙은행이 유동성을 계속 만들어내지만 정작 시장의 유동성은 메말라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노미

급격한 사회 변동으로 인해 기존의 가치관이 무너지고 새로운 가치관이 확립되지 못해 매우 혼란한 상태를 일컫는다. 이 기사에서는 9년 반만의 미국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불안감에 판단력이 흐려진 투자자들의 상태를 비유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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