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균의 B하인드] 이재용 시대와 호암의 인재관

입력 2015-11-09 10:50 수정 2015-11-09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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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균 산업1부 차장

요즘 재계의 가장 핫 이슈는 삼성이다. 온갖 소문이 난무하고 있다. 체제가 바뀌는 과정에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이다. 삼성은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에 이어 이건희 회장 그리고 이재용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3세 경영구도로 가는 길목에 서 있다.

비록 체제가 바뀌고 있지만 이재용 시대에도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지켰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 있다. 바로 호암 이병철 창업주가 지켜 온 인재관이다. 호암은 유교적 바탕을 가진 반듯한 인재관을 지닌 것으로 유명했다. 호암은 의심가는 사람에게 일을 맡기지 말고, 일단 맡긴 사람은 의심하지 말라는 ‘의인물용 용인물의(疑人勿用 用人勿疑)’이라는 구절을 인사철학으로 삼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의 글로벌 삼성을 만든 초석에는 호암의 인재관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호암의 인생 중 빼놓을 수 없는 일화가 있다. 1950년 한국전쟁 때의 얘기다. 1948년 11월 서울로 진출한 호암은 삼성물산공사로 나름 성공적인 기반을 닦았다. 하지만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그동안 이뤄왔던 모든 것들이 잿더미로 변했다. 1950년 12월 추운 겨울에 호암은 가족과 함께 대구로 피란을 가야 했다. 모든 것을 잃다시피 한 호암에게 힘과 용기를 준 이들은 2년 전 인수한 조선양조장의 김재소 사장, 이창업 지배인, 김재명 공장장이었다.

호암은 삼성물산공사를 차려 서울에서 정신없이 비즈니스를 하느라 조선양조장은 머릿속에서 지운 상태였다. 조선양조장 임직원은 “사장님,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3억원가량이 회사 자금으로 있습니다. 이 돈으로 하고 싶은 사업을 다시 시작하세요”라고 권했다.

호암이 잿더미로 변해버린 삼성을 다시 일으킨 원동력이었다. 인재의 중요성을 깨달은 호암은 이후 인재 양성에 적극적이었다. 1957년 삼성은 국내기업 최초로 공채를 실시해 더 많은 인재를 모았다. 이렇게 몰려든 인재를 통해 호암은 삼성전자를 1969년에 설립했다. 설립 46주년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밑거름이었다.

호암의 인사원칙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호암은 인사에서 ‘적재적소’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잡았다. 매년 단행하는 사장단 및 임원 인사는 6개월 전부터 구상에 들어가 마지막 전날까지 손을 봤다고 한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호암의 인사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재용 시대를 열고 있는 삼성의 3세 경영에서도 인재의 중요성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삼성의 올 연말 정기인사는 ‘이재용식 첫 스타트’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이 높다.

재계에서는 이번 정기인사로 그룹이 이재용 체제로 재편될 것임을 확신하는 분위기다. 다만 특정 누군가가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실책은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삼성은 이번 인사의 방향에 따라 100년 기업, 아니 200년 기업으로 갈 수 있는 탄탄한 기반을 구축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갈림길에 놓일 수 있다.

1938년 3월 1일 대구시에 호암이 설립한 삼성상회가 모태이니 삼성 100주년은 불과 23년밖에 남지 않았다. 3세 경영의 과도기 체제이지만, 선대회장인 호암의 인재관에서 삼성이 나아갈 길의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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