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헬조선 끝자락 ‘814만분의 1’에 매달린 사람들

입력 2015-11-02 13:40 수정 2015-11-02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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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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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40,000분의 1 = 0.00001228501%

읽기도 버거운 이 숫자가 뭔지 아십니까. 로또 당첨 확률입니다. 일란성 세쌍둥이를 낳고, 아마추어 골퍼가 홀인원을 하고, 욕조에서 미끄러져 사망하거나, 벼락 맞아 죽는 것보다 더 희박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내가 로또만 되면...”

요즘 들어 이런 말 참 많이 듣습니다. 제 친구는 매주 금요일마다 같은 장소, 같은 시간에 로또를 삽니다.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라나요. 선배 한 명은 ‘만 번 말하면 현실이 된다’는 인디언 속담을 빌어 로또에 당첨되면 뭐부터 할지 매일 상상합니다. 찻값만 3억원에 달하는 ‘레인지OO’부터 뽑을 거라네요. 첫째 아이 태명도 ‘로또’였습니다. 둘째는 ‘대박’이고요.

이들의 노력(?)에 꿈 좋을 때만 복권방에 가는 저는 가끔 조바심이 납니다. 토요일 8시 즈음만 되면 ‘5000원어치라도 사볼까. 혹시 알아?’하는 유혹에 빠지죠. 가끔은 ‘내가 너무 안일한가’하는 자책감마저 듭니다. 저도 로또가 정답이라고 세뇌당하고 있나 봅니다.

로또 열풍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수치로 나타나는데요.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로또 판매액은 1조 611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10년 만에 3조원을 돌파한 이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편의점에서 도시락으로 한 끼를 해결하고, 1000~2000원짜리 커피 한잔 마시려고 줄까지 길게 늘어서면서 왜 사람들은 로또에 쓰는 돈은 아끼지 않는 걸까요.

일단, 될 것 같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당첨되지 않을 확률이 99.99999%라고 해도 0.00001%에 희망을 겁니다. 완전한 0%가 아니기 때문이죠.

이를 심리학에서는 ‘통제의 환상(Illusion of control)’이라고 합니다. 외부 환경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고 믿는 심리적 상태를 말하죠. 로또를 자동보다 수동으로 했을 때 확률이 높아진다고 믿는 심리도 이에 해당합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경기 침체도 로또 흥행을 부추깁니다. 헬조선, 금수저, 흙수저, 개룡품절(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지났다)이 난무하는 시대에 사람들은 로또를 유일한 성공의 수단으로 여깁니다. 점점 얇아지는 내 지갑의 불안감을 로또에 대한 희망으로 상쇄하는 거죠. ‘꽝’일 때의 좌절감은 ‘다음 기회에’라는 기대감으로 전환됩니다. 무한 반복인 셈입니다.

(출처=SBS뉴스)
(출처=SBS뉴스)

로또에 당첨되면 정말 행복할까요? 모두가 그렇진 않습니다. 전미금융교육재단(National Endowment for Financial Education)에 따르면 갑자기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 10명 중 7명이 2~4년 내 돈을 모두 날려버리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2002년 역사상 복권 최고 금액(3억1490만 달러, 약 3780억원)에 당첨된 미국의 잭 휘태커가 돈벼락을 주체하지 못하고 5년만에 파산한 것이 단적인 예입니다.

서양 속담에 ‘가장 멀리 돌아가는 길이 가장 짧은 길이다’란 말이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발버둥이 성공으로 가는 가장 짧은 길일 수 있습니다. 0.00001228501%가 아직도 쉬워 보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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