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기자의 그런데] 기분 나쁘면 무릎부터 꿇리는 ‘갑질 한국’

입력 2015-10-19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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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유튜브)
(출처=유튜브)

인천의 한 대형 백화점에서 점원 2명이 고객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는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영상 속의 여성 고객은 다리를 꼬고 앉아 “둘 다 똑바로 해. 지나가다 마주치면 죄송하다고 해”라며 점원을 다그치는데요. 점원들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무릎을 꿇고 거듭 “죄송하다”고 사과합니다.

이 고객은 귀금속 무상 수리를 요구하다 거절당한 것에 불만을 느끼고 이 같은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참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지난해 12월에는 부천의 한 대형 백화점 지하 주차장에서 모녀 고객이 아르바이트 주차요원에게 무릎을 꿇리고 폭언을 한 일도 있었죠. 땅콩회항부터 인분교수, 라면상무까지 그야말로 ‘갑질 한국’입니다.

끊이지 않는 갑질 논란, 이유가 뭘까요. 우선 갑질의 사전적 정의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갑질이란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甲)이 권리관계에 있는 을(乙)에게 부리는 부당행위를 말합니다.

‘자신이 잘난 줄 안다’, ‘손윗사람에게도 반말 한다’, ‘배경 설명 없이 무조건 따르기만을 강요한다’, ‘조직의 힘과 개인 역량을 혼동한다’ 등이 갑질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증상들이죠.

갑질은 역사 속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조선은 양반 중심의 사회였습니다.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을 나누기 위해서는 이 사람이 양반의 혈통인지, 노비의 핏줄인지가 중요했죠. 1894년 갑오개혁으로 반상제도는 철폐됐지만 500년간 뼛속 깊이 녹아든 ‘양반 의식’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상대평가 중심의 교육제도도 한 원인으로 꼽힙니다. 학생들의 개성은 무시하고 점수와 등수만으로 서열을 매기는 문화가 사회로 이어지면서 끊임없이 갑과 을을 만들어 내는 거죠. 전교 1~20등 학생들에게 먼저 밥을 주고, 우등 반에만 에어컨을 틀어준다는 뉴스를 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1등만 인정받는’ 교육제도가 낳은 폐단들입니다.

(출처= SBS뉴스)
(출처= SBS뉴스)

무엇보다 소득 불평등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준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13년 소득 상위 10%의 가처분소득은 1억1000만원으로 조사됐습니다. 반대로 하위 10%는 435만원에 불과했습니다.

가처분소득이란 개인 의사에 따라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을 말합니다. 가처분소득이 많으면 소비도 늘어나죠. 조사 결과로 보면 ‘부자’는 ‘가난한 사람’보다 쓸 돈이 25.3배나 많은 겁니다.

이같은 불평등이 지속되면서 우리나라 직장인 10명 중 8명은 자신을 을이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난 갑이다’ 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1%도 채 안된다고 하네요. 최근 온라인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금수저, 흙수저, 개룡품절(개천에서 용 나는 시대는 지났다란 뜻), 헬조선 등의 신조어들을 보면 우리사회 불평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느껴집니다.

작가 겸 방송인인 유병재씨가 지난해 5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굽실대지 않는 사람들을 불친절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갑질은 내가 하는 것이었다”란 글을 남겨 화제를 모았는데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출처=MBC '무한도전')
(출처=MBC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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