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킷, 마음만큼 선명하게 추억을 인화하는 일

입력 2015-10-08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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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초에 독일에 갔다가 아이폰을 물에 ‘퐁당!’ 담그고 말았다. 그 바람에 베를린의 추억이 담긴 사진 수십 장을 떠나보내야 했다. 다행히 대부분의 사진을 클라우드에 백업해 놓은지라 피눈물 흘릴 일은 없었지만, 인생의 아름다운 장면들을 다른 방법으로 간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를테면 손에 잡히는 방식으로. 내 아이폰이나 카메라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더라도 꺼내볼 수 있도록.

사실 휴대용 포토프린터를 여러 종류 써봤는데, 오래 쓰게 되는 제품은 없었다. 휴대성이나 속도 등은 대부분 만족스러웠지만 좀 더 컬러가 선명하고 쨍하게 사진이 담겼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으니까.

여름휴가가 지나고 아직도 여행지의 향수에 젖어있는 내게 깜찍한 물건 하나가 생겼다. 오늘은 한국후지필름이 판매 중인 휴대용 포토프린터 ‘피킷(PICKIT)’을 소개하려고 한다.

일단 예쁘다. 내가 고른 건 핑크. 용지와 잉크가 하나로 이루어진 올인원 카트리지로 크기가 굉장히 큰 편인데 대신 기기 자체는 컴팩트하다. 무게는 238g. 깔끔한 디자인에 예쁜 컬러는 일단 합격.

특징을 미리 설명하자면, 사진이 엄청나게 빨리 프린트되거나 하는 제품은 아니다. 가장 큰 매력은 선명하고 생생하게 인화되는 사진 컬러다. 포토프린터 특유의 사진이 뿌옇게 흐려지는 현상이 전혀 없다. 인화된 출력물의 해상도는 약 300dpi 정도다.

다른 제품과 다르게 염료승화형 프린팅 방식을 사용하는데, 말은 어렵지만 차근차근 설명해보자. 아까 말했듯 용지와 잉크가 일체형인 카트리지를 사용하는데, 컬러 리본을 가열해 용지에 컬러를 입힌다. 사진이 인화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재밌다. 처음엔 옐로 컬러만 들어간 괴상한 사진이 나오지만, 3번에 걸쳐 Y(옐로우), M(마젠타), C(시안)컬러를 입힌다. 그리고 B(블랙)은 앞서 3가지 색을 100%로 섞어서 만드는 데, 이 과정 만으로도 훌륭한 사진으로 변신한다.

용지가 총 4차례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는데, 처음 3번은 색상 표현을 위한 인화 과정이고 마지막은 사진을 코팅하는 단계다. 덕분에 물이 묻어도 번지지 않으며 사진을 손으로 만져도 지문이 잘 묻어나지 않아서 좋다.

사용 방식도 쉽다. 후지 피킷 전용 앱을 사용하면 간단한 편집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밝기나 선명도를 조정하고, 여러 사진을 합쳐 한 장에 담아주는 콜라주 기능도 있다. 편집 툴을 생각보다 잘 만들어놔서 본인 입맛에 맞는 레이아웃을 연출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와이파이 연결을 통해 사용하며, 안드로이드폰의 경우엔 NFC 연결로 사용할 수 있다. 아이폰으로 피킷을 쓸 때 앱을 다운로드하는 게 귀찮다면, 공유 기능에서 바로 프린트 기능을 선택해도 무관하다. 이 편이 훨씬 간편하지만 앞서 설명한 편집 기능은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조금 유치하지만 아기자기한 스티커 기능도 있다. 나보다 어린 소녀들에겐 쓸모 있겠지.

지인들에게 피킷으로 인화하고 싶은 사진이 있으면 보내달라고 말했다. 다들 가열차게 사진 파일을 보낸다. 걸음마도 서툰 첫 아이의 사진, 웨딩드레스를 입던 날의 사진, 여행지에서 남긴 그럴싸한 작품 사진까지. 다들 사진을 인화해 직접 손에 쥐고 보는 일에 애틋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

[피킷으로 인화한 사진을 스캔해보았다]

나도 마찬가지다. 맑은 날에 찍은 화사한 사진은 당연히 근사하게 출력된다. 다소 어두운 사진을 출력해도 뭉개지지 않고 디테일이 선명하게 표현된다. 색감이나 노출에 따라 어떻게 나올지 염려할 필요가 없어서 좋더라.

더 작고 간편한 제품도 있겠지만, 피킷이 내가 사용했던 포토프린터 중에서 가장 예쁜 색감을 만들어준 건 확실하다. 보통 쨍한 컬러들이 약간 빛바랜 컬러로 인화돼 내 마음을 아프게 했는데, 이 제품은 원본과 가장 비슷한 컬러를 만들어준다.

이런 제품은 늘 용지 가격이 문제인데, 가격도 나쁘지 않다. 총 30장을 인화할 수 있는 카트리지 3팩에 1만 3200원. 장당 따지면 440원 정도니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피킷 본체는 9만 9000원.

잔뜩 출력해서 늘어놓으니 흐뭇하다. 사무실 자리에도 붙여놓고, 내 방 벽에도 붙이고, 냉장고에도 붙이고, 지갑 속에도 한 장 넣어본다. 답답한 일상 속에서 지나간 기억의 선명한 순간을 확인할 때마다, 그때 맡았던 향이 느껴지는 것 같다. 우울할 때마다 한 장씩 즐거운 기억을 인화해야지. 사진은 이래서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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