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부 아내와 한달간 캠핑'…마지막 함께한 노부부

입력 2015-08-3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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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 보호자입니다. 제 아내와 함께 가려고 합니다. 현금 500만원을 준비했으니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고 장례를 치러주십시오."

한달 전 담낭암 말기 판정을 받은 아내 지모(73)씨가 아무리 흔들어 깨워도 눈을 뜨지 않자 남편 박모(74)씨는 조용히 유서를 적었다.

박씨는 조그마한 메모지에 빽빽이 유서를 적고 곱게 접었다. 박씨는 유서를 미리 준비했던 아내와 자신의 영정사진 옆에 뒀다.

그러고는 사위에게 전화를 걸었다. 자신의 위치를 알리며 "뒷일을 부탁한다"는 말만 남겼다.

가족들의 신고를 받은 119구조대는 30일 오전 6시께 전북 장수군 산서면의 영대산 주차장에서 죽은 아내 옆에 의식을 잃은 채 쓰려져 있는 박씨를 발견했다.

박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중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 장수경찰서와 소방 당국에 따르면 박씨는 먼저 간 아내 옆에서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내 지씨는 지난달 병원에서 담낭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박씨는 당시 "길어야 한달 정도 (부인이) 살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치료를 포기하고 더 많은 시간을 아내와 함께 보내겠다고 결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여행을 위해 중고 캠핑카를 샀다. 차에는 부부의 영정사진을 실었다.

'아내가 여행 중 숨질 경우 따라가겠다'는 생각에 농약까지 산 박씨는 장례비 명목의 현금 500만원도 준비했다.

'마지막 여행'은 이달 초에 시작됐다. 박씨는 병든 아내와 이곳저곳을 다녔다.

아내 지씨는 결국 30일 오전 0시께 전북 장수군에서 숨을 거뒀다. 이후 박씨는 계획한 일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캠핑카 안에 있던 노부부의 영정사진과 미리 쓴 유서에서 각별한 애정이 전해졌다"며 "지씨의 사인은 병사(病死)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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