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우의 지금여기] 대부업계의 간빠이(乾杯)…‘한국 돈, 우리 돈’

입력 2015-08-05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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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우 은행팀장

‘빈곤 비즈니스’

혹자는 도를 넘어선 대부업체 대출의 유혹을 이렇게 표현한다. ‘3초 만에 단박콜, 무직자 대출, 무이자 혜택, 무상담 대출’ 등 TV와 인터넷 공간에서 난무하는 대부업체의 과장광고 문구로만 비춰본다면 마냥 허황된 얘기는 아니다.

대기업 수준의 대부업계 광고나 마케팅 물량 공세는 어느새 10조원이 넘는 시장을 만들었다. 대부업계 광고는 자극적이고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명확하다. “버스와 지하철만 탈 수 있나, 바쁠 땐 택시도 타야지”라는 광고 문구처럼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의 마음을 절묘하게 자극하고 있다.

물론 대부업체가 제도권 금융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서민들에게 급전을 빌려주는 역할도 했다. 금융당국이 상반기에 실시한 서민금융 실태조사에서 서민금융 상담자의 55%가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거절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대형 시중은행들의 야박한 장삿속에 고개를 떨군 이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는 곳이 대부업체라는 얘기다.

문제는 대부업 시장의 이면에 존재한다. 우리 서민들이 단기 수익에만 집착하고 있는 일본자금의 의존도가 심각하다는 것이다. 30%가 넘는 살인적인 고금리가 일본자금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 1999년 A&P파이낸셜의 진출 이후 현재 국내에는 20여개의 일본 대부업체들이 고리대 특수를 누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프로파이낸셜·산와대부·미즈사랑·조이크레디트대부금융·원캐싱대부 등이다. 이들의 자산규모(2014년 결산월 기준)는 4조7500억원이다. 국내 상위 10위권 대부업체 중 일본계 대부업체가 자산규모 70%를 차지하고 있다. 막대한 자본금을 앞세운 이들은 신용대출과 자극적인 TV광고 위주의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소형 대부업자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신용등급이 낮은 서민들은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는 마당에 일본 대부업체들의 활동을 반기는 이들도 있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러나 법정 최고금리 34.9%로 꽉꽉 채운 영업행태를 지적하고 싶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대형 대부업체 20개사 중 15개사가 모든 대출에 34~34.9% 금리를 적용했다. 대표적인 일본계 미즈사랑대부, 산와대부 등의 평균금리는 34.9%였다. 이들 업체의 모든 대출 금리가 34.9%란 의미다.

일본계 대부업체들은 금리 인하 여력이 충분하다. 이들이 한국에서 최근 몇 년간 고리대특수를 누리고 있는 것은 한국과 일본의 금리차(差)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일본 정부의 제로금리 정책과 엔화 약세로 이들 업체는 일본에서 1∼4%의 금리로 자금을 조달한다. 10% 안팎인 국내 대부업체들의 평균 조달금리보다 훨씬 낮다.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법정 최고금리도 한몫한다. 일본은 20%, 한국은 34.9%다. 본국에서 영업할 때보다 한국 서민들을 대상으로 영업할 때 훨씬 많은 이익을 낸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지난해 연말 대형 대부업체를 회원사로 가진 한국소비자금융협의회 주최 송년회 건배사는 “간빠이(乾杯)”였다. 서민들의 대출금리에 따른 고통은 뒤로하고 ‘한국 돈, 우리 돈’이라는 그들만의 잔치가 펼쳐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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