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역사를 낳는다-세계 여상박물관 현지 취재] <3> 미국 여성예술가박물관

입력 2015-07-28 13:38 수정 2015-09-0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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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예술' 시민의식 키우는 미국 최대 여성박물관

프리다 칼로 자화상 등 4500여점 예술품 전시...도서.자료 2만점

1987년 설립 후 300만명 관람...다양한 시민교육 프로그램 운영

▲미국 여성예술가박물관은 여성에 관한 것을 중심으로 2만 점 가까운 도서와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여성예술가박물관은 여성에 관한 것을 중심으로 2만 점 가까운 도서와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여성예술가박물관(National Museum of Women in the Arts, NMWA)은 100년 뒤를 내다보고 있습니다. 30여 년 전만 해도 박물관 설립 자체가 쉽지 않았고, 여성을 위한 박물관은 찾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이제 세계적으로 여성사박물관은 현재진행형입니다.”

워싱턴DC의 박물관에서 이투데이와 만난 수잔 피셔 스털링(Susan Fisher Sterling) NMWA 디렉터는 여성사박물관이 현대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수치화할 수 없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스털링 디렉터는 1980년대 후반 등장한 ‘젠더(gender)’의 개념이 여성사 연구가 본격화하는 계기가 됐다면서 생물학적 개념인 성(sex)이 아닌 특정 사회나 문화에 따라 형성된 성적 차이에 대한 인식이 확산했다고 설명했다. 또 이를 통해 NMWA의 설립은 물론 여성사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됐다고 덧붙였다.

▲미국 여성예술가박물관이 자랑하는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
▲미국 여성예술가박물관이 자랑하는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
MMWA는 미국을 대표하는 여성예술가박물관이다. 1987년 설립된 이후 여성의 창조적 능력을 기념하고 여성 예술가들의 업적을 기리는 명소로 인정받고 있다. 보유 작품을 포함해 상시 전시작품만 4500여 점에 달하며 매년 유명 여성 예술가의 전시회를 10여 차례 열고 있다. 보유 작품 중에서는 멕시코의 세계적 여성 미술가 프리다 칼로(Frida Kahlo)의 자화상이 가장 유명하다.

도서관과 리서치센터에 1만8500여 점의 도서와 자료를 보유한 NMWA는 모든 연령대에 맞춘 교육커리큘럼을 운영하는 등 시민을 위한 사회적 활동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스털링 디렉터는 특히 이념과 정치를 넘어 세계 여성을 하나로 묶는 효과적인 수단이 바로 예술이며, 이는 NMWA가 여성사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여성 예술가들의 작품을 모아 여성의 자아 존중감을 고취하는 것은 물론 역사적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이 역사를 낳는다-세계 여상박물관 현지 취재] <3>인터뷰- 수잔 피셔 스털링 NMWA 디렉트

"유료회원 10만명...모건스탠리에 기금 5000만 달러 운용 위탁"

△NMWA의 설립 배경과 목적은.

“NMWA는 1987년 정식으로 설립됐다. 그러나 이보다 6년 전인 1981년 설립자인 윌헬미나 콜 홀러데이(Wilhelmina Cole Holladay) 여사가 조지타운의 자택에서 소규모로 작품을 전시한 것이 시작이다. 홀러데이 여사는 이른바 ‘예술사각지대(art’s blind spot)’를 없애야 한다는 생각에서 작품을 모으고, 전시했다. 1970년대에는 박물관에서 여성 예술가의 작품을 보는 것이 쉽지 않았다. 당시 여성 예술가의 작품이 전시되는 비율은 2~8% 정도에 그쳤다. 홀러데이 여사가 개인적으로 500여 점의 여성 예술가 작품을 전시한 것이 NMWA의 시초다.”

△운영자금은 어떻게 마련하나.

“설립 당시에는 6000여 명의 회원이 자금을 모았다. 지금 유료 회원은 10만 명에 달한다. 유료 회원은 50달러부터 5000달러까지 회비를 납부한다. 또 기금과 기부금 등으로 운영 자금을 충당한다. 박물관 입장료와 기념품 상점 운영을 통한 수익도 있지만, 비중은 크지 않다.”

△정부 지원도 중요할 것 같은데 정부의 지원 규모와 그 밖의 주요 수입원은.

“유럽의 주요 박물관은 정부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만, NMWA는 정부의 정기적인 지원 또는 보조금을 받지 않는다. 이슈가 있을 때만 관련 기관에 요청하는 정도다. 국가문학지원금(National endowment for arts)과 박물도서관지원기구(Institute of Museum and Library Services, IMLS)의 지원을 받지만, 금액은 연 20만 달러 이하로 많지 않다. 워싱턴DC 역시 지원 기관 중 하나다. 회원을 포함해 연 관람객은 10만 명 정도로 입장 수입은 약 25만 달러를 올리고 있다.”

△박물관 재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박물관 운영을 위한 세 가지 핵심 요소는 고정 기금(endowment)과 기부(donation), 입장권 판매 등의 수익(income)이다.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여성사와 예술에 대한 시민의식이 중요하다. 올해 전체 예산은 870만 달러로 잡고 있다. NMWA에 근무하는 정규직 42명과 비정규직 40여 명에 대한 급여가 연간 약 300만 달러로 인건비 비중이 크다. 박물관 건물이 자체 소유라서 세금을 제외한 부동산 비용은 따로 들지 않는다. 5000만 달러 규모의 기금은 모건스탠리에 위탁해 관리한다. 주식시장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연·기금과 비슷한 운영 방식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설립 이후 지금까지 약 300만 명이 NMWA를 찾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훌륭한 여성 예술가들의 작품을 더 전시하는 것이다. 설립 25주년을 기념해 현재 성모 마리아를 주제로 전시회를 진행하고 있다. 관람객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획기적이고 창의적인 전시회를 지속적으로 열 계획이다.”

△한국에서도 여성(사)박물관 설립을 추진 중이다. 조언을 한다면.

“반가운 소식이다. 한국의 상황을 자세히는 모르지만,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한국에서도 여성의 역할은 물론 여성사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박물관 설립과 운영은 성숙한 시민의식과 여성들의 활발한 참여가 필수다. 의회에서 추진하는 만큼 국가 차원에서의 훌륭한 여성사박물관 건립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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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털링 디렉터는 누구?

스털링 NMWA 디렉터는 현대 미술학계의 권위자로 알려져 있다. 그는 프린스턴대학에서 예술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1988년 NMWA에 큐레이터로 합류했다. 이후 수석 큐레이터와 전시 및 출판 책임자 등 요직을 거친 뒤 2008년 박물관을 총괄하는 디렉터 자리에 올랐다.

스털링 디렉터는 2013년 NMWA 기금 5000만 달러 돌파라는 업적을 쌓는 등 탁월한 박물관 운영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뉴 챔피언 연례 총회’에서 여성사와 박물관 운영에 대한 이니셔티브를 발표해 주목받았다.

또 세계 여성사박물관계에 기여한 업적을 인정받아 브라질과 노르웨이 정부로부터 공로훈장을 받았으며, 2011년에는 미국 최대 여성미술단체인 ‘여성예술가코커스(Women’s Caucus for Art, WCA)’의 ‘비주얼 아트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3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예술박물관디렉터협회(AAMD), 미국박물관연합(AAM), 아트테이블(ArtTable), QM2디렉터라운드테이블, 국제여성포럼(IWF)의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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