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놓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이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삼성 측이 한시름 놓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1일 엘리엇이 낸 ‘주주총회 소집통지 및 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ㆍ각하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는 “삼성물산이 제시한 합병비율(삼성물산 1주당 제일모직 0.35주)은 관련 법령에 따라 산정된 것으로, 산정기준 주가가 부정행위에 의해 형성된 것이 아닌 이상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삼성물산 경영진이 주주 이익과 관계없이 삼성그룹 총수 일가, 즉 제일모직과 그 대주주의 이익만을 위해 합병을 추진한다고 볼 자료도 없다”고 설명했다.
엘리엇은 앞서 지난달 9일 법원에 주총결의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어 삼성물산이 7월 주주총회 표 대결에 대비해 의결권을 확보할 목적으로 KCC에 자사주를 처분하자 이를 금지하는 가처분도 곧바로 제기했다.
엘리엇은 합병비율의 불공정성을 주된 문제로 들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양사 간 합병비율 산정 시 삼성물산이 보유한 계열사·투자회사 지분 가치가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은 1대 0.35이며 엘리엇은 이를 5배가량 올린 1대 1.6 수준으로 요구했다. 또 합병의 목적이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권 승계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삼성은 합병비율을 비롯해 이번 합병이 시장참여자들의 객관적 평가가 반영된 주가를 기본으로 한 것인 만큼 불공정하지도 않다는 뜻을 고수했다. 아울러 합병의 목적이 오너의 지배권 승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한계에 다다른 삼성물산의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이에 대한 근거로 삼성물산 단독 성장의 한계 및 수익성 하락을 들었다. 애널리스트들이 2014~2017년 삼성물산 매출이 연간 0.2%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는 것. 하지만 제일모직과의 합병 시 제일모직의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패션, 식음, 건설, 레저)에 힘입어 2014~2017년 매출이 연간 13.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고 밝혔다.
한편, 삼성이 엘리엇과의 법정 다툼에서 승리하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과 삼성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 작업에 한 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