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ABT 발레단 첫 흑인 여성 수석무용수 탄생

솔로이스트 미스티 코프랜드, 거침없는 인종문제 발언으로 주목받기도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발레단 역사상 첫 흑인여성 수석무용수로 발탁된 미스티 코프랜드가 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미국을 대표하는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발레단 75년 역사에 첫 흑인 여성 수석무용수가 탄생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ABT는 홈페이지를 통해 무용수 승급 결과를 전하며 솔로이스트인 미스티 코프랜드(32)를 수석무용수로 승급한다고 발표했다.

1940년에 창단된 이후 ABT에서 흑인이 수석무용수자리에 오른 사례는 없었다. 이는 ABT가 미국의 간판 발레단임에도 백인이 주류인 고전발레 무대의 경향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승급은 ABT 수석무용수 9명 가운데 줄리 켄트, 팔로마 헤레라, 시오마라 레이즈 등 3명이 은퇴하며 이뤄졌다.

코프랜드의 승급은 이미 예견돼 왔다. 지난주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된 ‘백조의 호수’에서 오데트-오딜 역을 맡은 그에게 관객들은 그의 승급을 예감하고 열렬한 박수갈채를 보냈다.

코프랜드는 미주리 주 캔자스시티 출신으로 13세인 다소 늦은 나이에 발레를 배우기 시작했다. 2000년 ABT에 입단하고 나서 2007년 솔로이스트에 임명되며 주요 작품에 거의 출연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그는 발레계에서 보기 어려운 흑인 무용수이고, 미국 어린 발레리나들에게 롤 모델과 같은 존재였다는 점에서 명성을 얻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인종문제에 대한 그녀의 ‘거침없는’ 발언이 그녀를 더욱 주목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코프랜드는 자신의 자서전을 통해 “내가 두려운 것은 다른 흑인 여성이 엘리트발레단에서 내가 오른 위치까지 오르는데 또 다른 20년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