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처펀드의 공습③] 삼성 지배구조 개편에 ‘먹튀본색’… 엘리엇 16일간 ‘파상공세’

입력 2015-06-19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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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무산시 주주이익 감소, 삼성 지배구조 개편 제동, 벌처펀드 공세 강화

지난 4일 국내 증시에 낯익은 해외 펀드의 이름이 올라왔다. 이날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의 지분 7.12%를 보유했으며, 제일모직과의 합병은 불공정하다며 반기를 들었다. 이후 엘리엇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주주총회 결의에 의한 중간배당을 요구하는가 하면, 주주총회 결의 금지 및 자사주 처분 금지 등 2건의 가처분 소송을 잇달아 제기하며 삼성물산을 압박했다.

‘피도 눈물도 없는’ 전형적인 벌처펀드의 주도면밀함을 보이는 엘리엇의 속내는 무엇인지, 주장은 과연 정당한지, 전문가들의 시각은 어떤지 등 이번 사태에 대해 5회에 걸쳐 정밀 진단한다.

③삼성물산에 이빨 드러낸 엘리엇

순조롭게만 진행될 줄 알았던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격에 흔들리고 있다. 해외 대표적인 벌처펀드로 규정되는 엘리엇은 불과 7000억원을 투자해 삼성물산을 비롯해 그 누구도 쉽게 넘보지 못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삼성 사냥에 나선 것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그에 수반하는 과정을 면밀히 검토한 엘리엇은 치밀한 시나리오 아래 삼성물산 지분을 취득했고, 자신들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여론몰이에 나섰다. 삼성물산 가치평가를 5배 올리라는 엘리엇의 요구는 그들이 사들인 주식을 5배 높게 다시 사들이라는 강요와 같다. 즉 7000억원 주고 사들인 주식을 3조5000억원에 되팔겠다는 의도다. 삼성과의 갈등을 일으켜 며칠만에 2조8000억원을 한국 시장에서 빼가겠다는 속셈이다.

◇16일 만에 삼성 뒤흔든 엘리엇= 합병에 반대하며 경영참여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4일부터 법정 다툼이 시작되는 19일까지 엘리엇은 숨 쉴 틈조차 주지 않고 삼성을 압박하며 그들의 공격 시나리오를 완성시켰다. 엘리엇이 우리나라 재계 1위인 삼성의 지배구조 개선 작업 중 가장 중요한 순간에 제동을 걸고 그룹을 뒤흔들며 법정 다툼으로 비화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16일에 불과했다.

엘리엇의 삼성 공습 준비는 치밀했다. 엘리엇은 올해 초에 이미 삼성물산 지분을 공시 의무가 있는 5%를 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확보했다. 삼성그룹의 순환 출자 지배구조 해소 핵심에 삼성물산이 있음을 파악하고 물밑 작업을 진행했던 것. 이후 3~4월 삼성물산 측에 제일모직과의 합병 계획을 질의하며 때를 기다렸다.

엘리엇은 5월 26일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 계획을 발표하자 일주일 뒤인 6월 3일 삼성물산 지분 2.17%를 추가 취득했다, 이튿날에는 두 회사의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며 합병 반대를 공식화했다.

이후에도 엘리엇의 공세는 숨 가쁘게 진행됐다. 5일에는 삼성물산에 현물배당을 할 수 있도록 정관 개정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서를 발송했다. 이와 더불어 국민연금과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합병 반대를 요구하는 서한도 보내는 꼼꼼함을 보였다.

9일에는 예고된 수순으로 평가받는 ‘소송’ 카드를 꺼내들었다. 엘리엇은 이날 법원에 주총결의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튿날 삼성물산이 KCC에 자사주를 매각해 우호지분을 확대하는 등 역습을 펼치자, 엘리엇은 하루 뒤인 11일 삼성물산의 자사주 처분을 금지하는 가처분을 또 다시 신청했다. 자사주 처분 금치 가처분에는 자사주의 의결권 행사를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후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엘리엇은 18일 합병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개설해 삼성 측이 불공정 하다는 여론몰이 공세를 강화했다. 이날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물산과제일모직의 기업결합신고를 승인했다.

재계 관계자는 “두 회사의 합병이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분을 미리 취득하는 등 엘리엇의 행보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며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대해 공부를 하고 준비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합병 무산, 한국 득 될게 없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합병 무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으나, 만약 엘리엇의 뜻대로 진행이 된다면 한국 경제에 상당한 폐해가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가장 먼저 예상되는 피해는 삼성물산 주가 하락에 따른 주주들의 손실이다. 전문가들은 합병 무산 시 삼성물산 주가가 합병 발표 이전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다. 합병 무산 시 합병비율 조정을 통한 재합병 추진 가능성이 희박하고, 향후 엘리엇과 삼성의 지분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낮다는 판단에서다.

합병이 무산되면 삼성그룹의 사업 재편 계획도 차질을 빚는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목적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 외에 두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있다. 삼성물산은 이번 합병을 통해 성장 가능성이 낮은 건설과 상사부문에서 성장성이 높은 바이오 등 신사업에 진출하는 효과를 얻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회사의 합병 무산은 비단 삼성의 사업 재편 차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에 따른 투자와 고용 계획 등 한국 경제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전문가들이 합병 무산의 폐해로 발생할 가장 큰 문제는 벌처펀드의 추가 공격이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가 지분이 대주주 우호 지분보다 많아 ‘제2의 삼성물산’과 같이 공격 위험에 처한 대기업 상장사가 13곳에 달한다. 또 대주주 우호 지분이 50% 미만이고 외국인 지분과 격차가 크지 않아 외국계 자본의 공격 가능성이 상존한 회사도 12곳이나 됐다.

황영기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두 회사의 합병이 무산되는 것은 항복을 하는 것으로, 전 세계 벌처펀드가 한국을 공격하게 될 것”이라며 “엘리엇의 의도가 단기, 중기인지는 모르지만 차익을 노린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또 “엘리엇의 공세는 상도의가 아니며, 그래서 벌처펀드 소리를 듣는 것”이라며 “헤지펀드가 우리나라 기업을 공격해 이기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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