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인의 YO이슈] ‘지각대장’ 푸틴 대통령, 홍차 맛 좀 보실래요?

입력 2015-06-11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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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티칸시티를 10일(현지시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의 시선이 프란치스코 교황(오른쪽)과 대화 도중 바닥을 향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50여 분간 회담을 했다고 합니다. 공개된 회담 사진 속에서 교황은 푸틴 대통령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반면, 푸틴 대통령은 교황의 눈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바닥만 빤히 내려다보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이는‘강인한 투사’의 이미지를 보였던 푸틴 대통령이 교황에게 속수무책으로 훈계를 당하는 모습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옛 소련 국가안보위원회(KGB) 요원 출신인 푸틴은 평소 웃통을 벗고 낚시를 하는 등 마초같은 이미지를 언론에 많이 노출해왔습니다.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은 푸틴 대통령을 무려 1시간 넘게 기다렸습니다. 지난 2013년 교황과의 첫 만남에서도 푸틴 대통령은 50분이나 늦어 교황을 기다리게 했습니다. 사진 속에서 푸틴 대통령이 교황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는 건 자신이 늦은 것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그런데 과거 푸틴의 행적을 살펴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2003년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과의 만남에서도 그는 12분이나 늦었고, 2012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만났을 때도 40분이나 지각을 했다고 합니다. 또 지난 2013년에는 시리아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의 회담에는 무려 3시간이나 늦게 도착하는 무례함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러시아의 평론가 드미트리 아브라모브는 과거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푸틴은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상대에게 각인시키는 것을 좋아하며, 시간 약속에 늦는 것도 아마 치밀한 정치적 계산 아래 행해지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최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사태 여파로 서방국의 제재를 받으며 외교적으로 고립되고 있습니다. 지난 8일 폐막한 주요 7개국(G7) 회의에서 정상들은 대러시아 경제 제재 강화를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세계 여러 국가에 러시아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각인시키기도 부족한 이 시점에 러시아의 수장이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들을 대상으로 정치적 계산을 한다는 사실이 왠지 안쓰럽게 여겨집니다.

지난 2006년 11월 영국으로 망명한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의 전직 요원이던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가 방사능 물질 ‘폴로늄 210’가 든 홍차를 마시고 목숨을 잃었습니다. 리트비넨코는 망명 후 푸틴 대통령을 공격했던 만큼 서방첩보기관은 러시아 정보부를 배후로 추정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평소 개인 보온병을 가지고 다니며 홍차를 즐겨 마시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러시아의 현재 상황을 알고 있으면서도 권력 과시를 위해 중요한 외교 행사에 지각을 상습적으로 하는 푸틴 대통령. 권력 과시가 지나치면 평소와 다른 홍차의 맛을 볼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말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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