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시대’ 성큼… 세마리 토끼 잡았다

입력 2015-05-27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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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지배력 강화·지배구조 단순화·사업 경쟁력 제고… '일석삼조' 효과

26일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결의는 삼성그룹이 2년 가까이 진행해온 사업구조 재편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은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그룹은 이번 합병을 통해 ‘이재용 체제 강화’, ‘지배구조 단순화’, ‘사업 경쟁력 상승’의 세 마리 토끼를 잡았다.

삼성그룹은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제일모직과 사업재편의 종착역으로 여겨졌던 건설 부문의 최대 계열사인 삼성물산을 합치는 정공법을 선택했다. 패션·식음료·리조트·건설·상사 부문이 한곳에 모이는 등 비대한 조직에 대한 부담도 있었지만 합병에 따른 ‘일석삼조’의 효과를 위해 ‘몸통’을 합치는 과감성을 보였다.

무엇보다 제일모직, 삼성물산 합병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이달 15일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신임 이사장 선임을 기점으로 경영권 승계가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신임 이사장 선임은 승계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면 이번 합병은 이를 가속화하는 구체적인 방법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재계에서 거론됐던 이 부회장 승계의 맹점은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강화다. 현재 이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은 0.57%에 불과하다.

하지만 제일모직, 삼성물산을 합병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 부회장은 직접 보유한 지분 외에 합병회사(통합 삼성물산)를 통해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지금보다 높일 수 있다. 금융 계열 지주회사 격인 삼성생명에 대한 영향력도 그대로 유지된다.

이 부회장의 지분은 합병 전 제일모직 23.2%에서 합병 후 삼성물산 16.5%로 줄어든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 부문 사장의 지분도 합병 전 제일모직 7.8%에서 합병 후 삼성물산 5.5%로 바뀐다. 이건희 회장은 제일모직 3.4%, 삼성물산 1.4%에서 합병 후 삼성물산 2.9%로 변동된다. 합병 후 삼성물산의 오너 일가 지분 합계는 30.4%이다. 여전히 공정거래법상 내부거래의 규제 대상이 된다.

이 부회장은 통합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로 삼성전자, 삼성생명에 대한 안정적인 지배력 확보가 가능하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06%를 보유하고 있다. 제일모직의 경우 삼성생명 지분 19.3%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또 삼성전자 지분 7.21%를 갖고 있다.

제일모직, 삼성물산의 합병은 복잡하게 얽혀있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단순화하는 효과도 있다. 현재 삼성그룹은 제일모직을 정점으로 ‘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전기·삼성SDI→제일모직’으로 연결되는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하지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이 합병되면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간단해진다. 이에 따라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 재추진 작업과 재계에서 삼성지배 구조 개편의 최종 목표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지주회사 추진 작업 시나리오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전망이다.

이번 합병은 ‘의식주휴(衣食住休)’ 분야의 공룡기업 탄생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양사는 인류의 삶 전반에 걸쳐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의미를 부여했다.

양사는 각각 운영해 온 건설 부문을 통합해 사업 경쟁력 제고 및 운영 시너지 창출이 가능해졌다. 상사 부문은 글로벌 운영 경험과 인프라를 활용해 패션·식음 사업의 해외진출을 가속화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할 수 있게 됐다. 더불어 삼성의 신수종 사업인 바이오 사업의 최대주주로 적극 참여할 수 있게 돼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게 됐다. 합병 회사의 매출은 2014년 34조원에서 2020년 60조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한편 제일모직, 삼성물산은 7월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9월 1일자로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제일모직이 기준주가에 따라 산출된 합병비율인 1대 0.35로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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