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잘못한 배우자'에 이혼청구권 인정될까… 임채웅 변호사

입력 2015-05-1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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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은 다음달 26일 혼인 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배우자에게도 이혼 청구권을 인정할 지에 관한 공개변론을 연다. 법원이 그동안 고수했던 '유책주의'를 버리고 '파탄주의'로 돌아설 지가 관심사다.

유책주의는 부부 당사자 중 혼인관계 파탄에 대한 책임이 없는 쪽에만 이혼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객관적으로 부부관계를 더 이상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 인정된다면 책임 유무를 따지지 않고 이혼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자는 입장이 파탄주의다.

18일 가정법원 부장판사 출신인 임채웅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에게 이 사안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파탄주의를 예를 들어서 설명한다면.

-예를 들어서 남성이 애정이 없는데도 하기 싫은 결혼을 했다고 치자. 유책주의 입장에서는 남편이 '저여자랑 못살겠다'고 집을 나오고, 부부관계가 완전히 깨져도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 반면 파탄주의에서는 남편에게 잘못이 있다고 해도 '파탄'이 확실하다면 이혼이 가능하다는 게 핵심이다. 파탄주의가 인정된다면, 자기 쪽에 잘못이 있어서 이혼소송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이혼할 수 있게 될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파탄주의를 택하면 이혼이 쉬워지나

-이혼할 수 있는 여지가 넓어지게 되는 건 맞지만, 이것이 '이혼이 쉬워진다'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30~40년씩 따로 살았으면 누가 봐도 이혼하는 게 맞다. 하지만 별거생활이 얼마 안됐다면 쉽게 이혼을 인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파탄주의를 채택하면 판사가 어느 정도를 '파탄'으로 볼 것이냐에 다라 이혼 가능 여부가 결정될 것이다. 때문에 법원에서 '파탄' 인정 기준을 좀 더 엄격하게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파탄주의로 가야 된다는 논의는 법조계에서 얼마나 진행됐나.

-대체적으로 필요성은 인정됐다. 1,2심 판사들 중에서 유책주의가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유책주의라는 게 젊은 사람들하고 맞지 않다. '정이 떨어졌는데 어떻게 같이 살라고 하냐'는 것이다. 사회적 흐름도 그렇고.

젊은 법관들은 애매하게 인정도 했다. 엄밀히 말하면 유책주의를 엄격하게 적용하면 이혼이 안될 것 같은 사례에서도 소위 '돌아가는 판결', '유책주의에 도전하는 듯한 판결'을 내렸다. 법률가나 법관들 사이에서는 유책주의는 더 이상 유지되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대체적이다.

해외논문을 보면 유책주의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 버렸다. 그동안 유책주의가 공헌한 부분도 있지만, 현대 사회에 맞는 주장은 아니다.

▲파탄주의를 채택해도 위자료나 손해배상금에는 영향이 없지 않을까.

-당연하다. 오히려 반대로 이혼이 된다고 하니까 그런 금액들을 조금 더 높일 가능성이 있다. 유책주의에서는 이혼이 안된다고 하니까 그걸로 끝났다. 하지만 (파탄주의를 택해서 잘못한 배우자의 이혼청구가 가능하면) 피고쪽에서는 억울하다고 난리일 것이고, 실제로도 억울해보이지 않겠나. 잘못이 없는데.

파탄주의를 택한다는 것은 이혼의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것이지, 실제 이혼이 자유롭게 된다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미국같은 경우 곳에서도 이혼하려면 얼마나 돈이 많이 드나.

▲파탄주의를 채택해도 실제 효과를 보는 사례는 많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는데. 지금도 잘못없는 배우자가 단순히 보복심리로 이혼에 응하지 않는 경우에는 잘못한 배우자의 이혼청구권을 인정한다.

-지금까지 유책주의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게 지나치다고 봐왔기 대문에 그런식으로 보완을 해왔던 거다. 오히려 그런 예외를 인정한 것 자체가 유책주의가 실제 기능하기 어렵다는 증거라고 봐야 한다. 1~2년도 아니고 30~40년 동안 이혼을 못하게 하는 건 지나치지 않을까.

임 변호사는 제27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서울가정법원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 등을 역임한 후 2011년부터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상속과 이혼, 신탁, 재산관리 등을 주 분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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