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5월 9일 反哺之孝(반포지효) 늙은 어미를 먹이는 까마귀의 효성

입력 2015-05-09 07: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진(晉)의 초대 황제인 무제(武帝) 사마염(사마의의 손자)이 이밀(李密)을 태자세마(太子洗馬)로 임명했을 때의 일이다. 이밀은 진정표(陳情表)를 올려 벼슬할 수 없는 사정을 간곡하게 아뢰었다. 그는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아버지를 여의고 4세 때 어머니도 개가해 할머니 손에 자랐다. 당시 할머니는 병석에 누워 있었다.

진정표는 이런 내용이다. “신(臣) 밀은 올해 44세이고 할머니는 96세이니 신이 폐하께 절의를 다할 날은 길고, 할머니를 봉양할 날은 짧습니다. 까마귀가 먹이를 물어다 늙은 어미에게 먹여 은혜를 갚듯 할머니가 돌아가시는 날까지 봉양하게 해주시기를 바라옵니다.[烏鳥私情 願乞終養] (중략) 할머니가 여생을 끝까지 보존하게 된다면 신은 살아서는 마땅히 목숨을 바쳐 폐하를 섬기고, 죽어서도 결초보은할 것입니다.”

여기 나오는 오조사정(烏鳥私情)이 부모에게 효성을 다하는 마음이다. 까마귀는 자라서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먹여 은혜를 갚는다. 그래서 효금(孝禽), 효성스러운 날짐승이라고 부른다. 반포지효(反哺之孝) 반포보덕(反哺報德) 자오반포(慈烏反哺) 다 같은 뜻이다.

효자로 유명했던 연암 박지원도 밥을 먹다가 까마귀 두 마리를 보고는 “너희들 반포하러 왔느냐?”며 고기 몇 점을 섬돌 아래에 던져주었다. 그리고는 한 마리가 고기를 물고 가 반포하는 것을 슬픈 표정으로 바라보았다고 한다. 그의 아들 박종채가 쓴 ‘과정록’(過庭錄)에 나온다.

무제는 진정표를 읽고 이밀의 청을 들어준 것은 물론 할머니를 잘 봉양하도록 노비와 식량까지 하사했다. 진정표는 제갈량의 출사표(出師表)와 함께 명문으로 꼽힌다. 출사표를 읽고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 자는 충신이 아니며 진정표를 읽고도 눈물을 흘리지 않는 자는 효자가 아니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반포지효는 우리말로 안갚음이라고 한다. fusedtree@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스페인, 잉글랜드 꺾고 '4번째 유로 정상'…MVP는 로드리·신인왕 야말 [유로 2024]
  • 2024 초복 인기 메뉴는 단연 치킨…복날 맞이 치킨 가격 순위 50 [그래픽 스토리]
  • 정부 규제에 배달 수수료·최저임금 ‘쑥’…셔터 내리는 프랜차이즈 [K프랜차이즈 갈등의 골]
  • 유니클로부터 K리그까지…온 세상이 '헬로키티' 천국? [솔드아웃]
  • FBI “트럼프 총격범, 단독범행…정신병력 없다”
  • 변우석, 과잉 경호 논란 어디까지… 다정한 팬 소통도 '도마 위'
  • 5대銀, 상반기 부실채권 3.2조 털어내…연체율 코로나 이후 최고 수준
  • 사법리스크 ‘최고조’ 달한 카카오…주가 시나리오 따져보니
  • 오늘의 상승종목

  • 07.15 11:04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6,371,000
    • +3.22%
    • 이더리움
    • 4,606,000
    • +3.13%
    • 비트코인 캐시
    • 535,000
    • +1.42%
    • 리플
    • 745
    • +2.05%
    • 솔라나
    • 212,400
    • +4.73%
    • 에이다
    • 614
    • +0.82%
    • 이오스
    • 818
    • +6.1%
    • 트론
    • 194
    • -1.02%
    • 스텔라루멘
    • 148
    • +4.96%
    • 비트코인에스브이
    • 58,850
    • +2.53%
    • 체인링크
    • 19,200
    • +4.92%
    • 샌드박스
    • 458
    • +2.92%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