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순의 즐거운 세상] 이걸 어째, 초딩연애 <하>

입력 2015-04-10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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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일본 NHK방송이 지난해 7월 방영한 특집 ‘요즘 아이들의 연애사정’에서는 초등학생 4명 중 1명이 연애 중이라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중학생의 경우는 “40명인 학급에서 연애를 하지 않는 친구는 두 명뿐”이라고 말하는 학생이 있을 정도로 더 ‘활발’했다. 우리나라도 비슷할까. 아니 더할지도 모르겠다. 일본 아이들과 비교하면 여성 상위가 확실한 건 똑같다. 여자가 남자에게 “난 몰라유. 인제 난 어떻게 해유?” 하던 게 불과 얼마 전인 것 같은데 요즘은 여자애가 남자애에게 “꼬우면 내 세컨드하든가” 하는 세상 아닌가. 그러나 우리 아이들이 밥 먹듯 욕을 하는 것은 일본 아이들과 크게 다른 점이다.

지난번 글(4월 3일자)에서 초딩연애를 읽고 놀라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실상은 더하다. 아이들은 궁금한 게 많다. 요약하면 ‘쉽게 질리지 않는 연애법, 데이트 시간과 장소, 스킨십은 언제부터? 커플반지 맞춰도 되나? 돈을 각자 내야 하나’ 등등.

3학년 때부터 84명을 사귀었다(이게 참말일까?)는 6학년 남자애의 인터넷 댓글부터 보자. 자칭 연애박사라는 녀석이다. “여자들은 로맨틱을 좋아하니 일단 만나자고 해. ‘나랑 사귀어줄래?’ 하고 물으면 당황하겠지? 그때 손을 꼭 잡고 무릎을 꿇으며 ‘안 사귀어도 좋으니 좋아한다는 것만 알아줘’라고 하고 포옹해. 그러면 학교에서 볼 때마다 눈을 피하겠지만 며칠 뒤 다시 만나자고 해봐. 못 사귀겠다고 하면 ‘내가 무리했나 봐. 하지만 널 사랑한다는 것만은 알아줘’ 이렇게 하고, 사귀겠다면 다시 포옹하면서 ‘사랑해. 잘해 줄게’라고 해. 그리고 사랑해♥라고 문자를 보내면 여친 쓰러짐.”

다음은 6학년 여자아이. “나는 지금 105일 되는 남친이 있어. 세 번 정도 헤어졌다가 남친이 잡아줘서 지금까지 왔는데, 이제 걔 없으면 안 될 것 같아. 비밀연애는 티를 내면 안 됨. 학교에서는 가볍게 눈웃음만 하고 좀 멀리 가서 데이트해. 남친은 비밀연애라서 보기 힘드니깐 내가 다니는 학원으로 옮겼어.”

또 다른 6학년 여자아이. “연애는 세 번 해봤는데 무심한 듯 신경 써주는 남자가 진짜 설레더라. 초등학생이니 너무 과한 스킨십은 좋지 않아. 처음부터 과한 스킨십을 하거나 그러면 정떨어지거나 쉽게 질릴 수 있어. ㅠㅠ”

아이들은 초딩연애에 관해 토론하거나 신문을 만들기도 하나 보다. 초딩연애에 부정적인 의견을 알려 달라는 부탁에도 댓글이 많이 붙었다. 초딩연애의 부정적인 점: 1)한창 공부할 나이에 연애부터 하면 나중에 커서 잘못된다. 2)각종 기념일(투투데이, 100일, 생일 등)을 챙기느라 용돈을 마구 쓴다. 3)외모에 신경 쓰게 되어 화장을 하다 보면 피부가 나빠질 수 있다. 4)솔로인 친구들에게 폐가 될 수 있다.

‘초등학생 심리백과’(신의진)라는 책에 의하면 초딩연애는 길어야 3개월이라는데, 그렇다고 모른 척하거나 경시하면 안 된다. 알렉 그레븐이라는 미국 아이는 여덟 살 때 ‘여친에게 말 걸기’라는 책을 냈다. 이 아이에 의하면 데이트란 부모가 따라가지 않고 단 둘이 저녁을 먹으러 가는 거다. 책에는 대부분의 초등 남자애들이 반한 여자애에게 매달리는 기간이 겨우 30일이라거나 예쁜 여자애들은 98%가 남자를 찬다는 등 ‘과학적 조언’도 많다. 부모나 조부모가 먼저 이런 책을 읽고 티나지 않게 관심을 기울이며 아이들을 보살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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