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칼럼] 강화돼야 할 중소기업 적합업종제

입력 2015-04-08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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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

‘중소기업 적합업종(이하 적합업종)’제도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 2일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적합업종’ 제도를 서비스부문 무역장벽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적합업종 제도 폐지론자는 통상 마찰을 빌미로 적합업종 제도 폐지 여론을 강하게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USTR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적합업종 제도가 통상 마찰을 유발할 한미 FTA 위반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USTR의 적합업종 제도에 대한 무역장벽 규정은 동반성장위원회(동반위)가 정부 기구라는 판단에서 출발한다. 동반위는 정부 예산을 받고 있기 때문에 독립된 민간 기구가 아니라 정부 기관이며, 따라서 적합업종 선정은 민간의 자율적 합의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 집행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동반위는 ‘대ㆍ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 20조의 2)’에 의해 구성된 민간 기구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당사자가 정부 기관 등으로부터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양보와 타협 속에서 적합업종을 선정하고 있다. 따라서 동반위가 정부 기구라는 전제에서 출발한 USTR의 적합업종 제도에 대한 지적은 한국 정부의 적극적 대응과 함께 USTR와의 지속적 논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불필요한 통상 마찰을 유발하지 않기 위해 동반위를 정부 기구로 오해하지 않도록 하는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적합업종 제도는 2011년부터 시행된 직후부터 3년이 갓 지난 지금까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모두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 왔다. 대기업은 이 제도가 소비자 후생(厚生)을 무시하고 있으며, 자유로운 경쟁을 제한해 산업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말한다. 또한 적합업종 제도가 초법적(超法的)이고, 규제의 역설에 의해 외국 기업만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고 주장한다. 한편 중소기업은 적합업종 제도가 현실적 보호에는 미흡하다는 주장을 통해 합의나 권고가 아닌 보다 강력한 법적 장치를 주장해 왔다.

그러나 대기업의 불만은 근거가 없거나 빈약하다. 오히려 적합업종 제도는 장기적으로 현재의 불균형적 국가경제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대규모 기업집단의 자산집중도는 2001년 46%에서 매년 증가해 현재 60%에 육박하고 있다. 이와 같은 대기업의 시장지배 강화는, 전체 기업 수의 99.9%, 고용의 86.9%를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내수부진의 장기화, 성장 잠재력 감소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전체 고용 중 자영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이 15.95%인 데 반해 한국은 28.9%로 높다. 이런 상황에서 적합업종 선정은 중소기업의 매출과 수익을 늘리고, 그에 따라 투자가 발생해 생산과 고용창출을 유발할 것이다. 그 결과 점진적으로 서민경제가 살아나 내수시장에 긍정적 효과를 미치면 국가경제 전체가 활성화될 것이다. 따라서 적합업종 제도는 그 제도가 없을 경우에 비해 훨씬 적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면서 한국 경제 생태계를 지속 가능한 경제 생태계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적합업종 제도는 일방적·강제적 규제가 아니라 사회적 협의와 공감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한마디로 성숙한 사회의식으로 합의를 이끌어낸 결과물이다. 사회적 합의를 지키지 않을 때에만 제한적으로 법적 처리를 행하는 방안(사업조정제도)을 담고 있을 뿐이다.

이런 점에서 이 제도는 개방화된 우리 경제에 심각하게 만연되어 있는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고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신(新)성장동력을 제공하기 위한 새로운 민간자율의 패러다임이다. 그리고 경쟁력 있는 산업생태계를 육성해 다 함께 멀리 가기 위한 사회적 약속이며, 우리 사회의 심각한 양극화 현상을 법이나 규제라는 강제가 아니라 당사자 상호 간의 합의와 기업문화의 발전을 통해 극복하려는 문제 해결 방식이다. 바로 이것이 적합업종 제도가 지속적으로 강화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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