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인기몰이로 1등 되는 벤처의 끝은?

입력 2015-03-3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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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년규 온라인국장 겸 미래산업부장

광고는 마케팅의 꽃이라 불린다. 제품이 소비자에게 그만큼 많이 팔릴 수 있게 만드는 핵심 역할을 해서다. 그래서 기발한 아이디어로 제품을 잘 기억할 수 있게 만든 광고일수록 높이 평가한다. 잘 나가는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앞세워 소비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광고를 만드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잘 만들어 놓은 제품이 광고를 통해 소비로 이어지고, 소비로 인한 자금 회수는 다시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밑천이 된다는 점에서 광고는 기업의 성장 프로세스에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이렇게 기업 생태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해야 할 광고가 요즘 벤처업계에선 이상한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소위 벤처라는 허울 아래 새로운 서비스들을 선보이며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려는 수단으로 광고를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벤처업계의 대형 광고라 하면 네이버 광고가 시초라 할 수 있다. 90년대 후반 전지현씨가 광고 모델로 나와 ‘지식인’이라는 인터넷 검색의 새로운 시대를 네이버가 열었다고 알렸다. 전지현씨와 네이버 CI(기업 이미지) 색깔인 녹색이 잘 어우러진 그 광고로 후발업체인 네이버는 포털 1위 업체로 올라서는 데 성공했다. 네이버는 이후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지식인’으로 지금까지 포털업계의 1위를 수성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벤처업계의 광고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소셜커머스 3사를 보자. 국내에 소셜커머스가 도입된 지 5년이 됐지만 3사 모두 여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해마다 큰 적자를 내는 가장 큰 이유가 과도한 마케팅비라는 것을 이제 일반인들도 알 정도로, 이들 3사는 일류급 연예인들을 모델로 기용해 해마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경쟁적으로 광고에 쏟아붓고 있다. 현재 수익은 내지 못하더라도, 매출 1위를 달성하는 게 이들 기업의 목표이므로 3사는 ‘치킨런’ 게임을 통해 막대한 비용을 광고에 쓰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 3사 서비스에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점이 있는가? 아니, 3사 서비스에 차별화된 것이라도 있는가? 기존의 오픈마켓과 비교하면 단연코 아니다. 3사 모두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이나 서비스는 외면한 채, 매출액을 부풀리기 위한 광고에 언제까지 돈을 쏟아부을 것인가?

요즘 인기리에 뜨고 있는 배달 서비스 업체들과 방 구하는 앱 운영 업체도 마찬가지다. 소비자 타깃층이 젊은이들이어서 공중파나 신문 같은 전통매체 대신, 지하철 PSD, 온라인, 모바일 등 새로운 매체에 광고가 잇따르고 있다. 한 업체가 유명 연예인을 앞세우다 보니, 경쟁 업체들도 덩달아 스타급 연예인을 모델로 영입해 광고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이들 업체가 뜰 것 같아서인지 벤처펀드도 몰리면서 막대한 광고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펀드 입장에선 그 업체가 업계 1위가 되어, 투자금보다 몇 배 많은 자금을 회수할 수 있기를 바랄 것이다.

이들 업체 모두 광고에 열을 올리는 데는 ‘인터넷 업계에선 1위만 살아남는다’라는 모토가 근간에 깔려있다. 인터넷 업계에서 2위는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을 경험상으로 알고 있다. 현실이 그러하니 맞는 말이다.

그런데 혁신이 없는 기술과 서비스로 그 업계에서 1위를 한다고 해서 얼마나 지속될까? 2000년대 초반 IT 붐이 일었던 시기를 곱씹어 보면 대답은 자명하다. 당시 선풍적인 인기로 지금 중년이 된 이들의 향수에 남아있는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 중, 지금까지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네이버는 그나마 ‘지식인’이라는 혁신적인 기술이 기반이 됐기에 15년 가깝게 1위를 지킬 수 있었다.

서비스가 인기에 영합해 한때 1위를 차지한다고 하더라도 혁신이 뒷받침하지 않으면 언제든 사라지기 마련이다. 막대한 광고비를 쏟아부은 인기몰이로 1위가 되려는 기업보다,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이 진정한 벤처다. 또 혁신을 향한 노력이 있었다면 그만큼 보상을 받기 마련이다. 인기는 지나가는 열풍일 뿐, 혁신적인 기술·서비스와는 다르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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