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법관의 자격

입력 2015-03-13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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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영길 사회팀 기자

국내에도 많은 팬을 확보했던 미국 정치드라마 '웨스트윙'에서는 백악관이 연방대법관을 임명하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38년간 재직한 연방대법관이 자진 사퇴하자, 대통령과 백악관 참모들은 기쁨에 들뜬다. 종신직인 대법관 중 하나를 자신들의 성향에 맞는 사람으로 앉히게 됐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완벽하게 경력이 관리된 하버드 법대 학장 출신의 백인 '해리슨'을 차기 대법관으로 내정한다.

그러나 해리슨이 대학생 시절에 쓴 리포트가 하나 발견되면서 상황은 반전된다. 서명도 없이 쓰여진 학창시절 논문이었지만, 국가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 대통령은 고민한다. 고작 논문 한 편 때문에 대법관 후보를 떨어트리기는 너무나 아까웠기 때문이다. 고민에 빠진 대통령에게 참모진 중 한명이 얘기를 건넨다.

"향후 20년 간은 개인의 권리가 이슈가 될 겁니다. 인터넷을 말하는 겁니다. 개인의 건강기록을 들여다볼 수 있는지, 게이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는 걸 말합니다. 자유를 찾아 탄생한 국가에서,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게 뭐가 있죠?" 대통령은 결국 '완벽한 후보'를 포기한다.

비록 드라마의 내용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큰 관심을 끌지 못하는 '대법관 인사검증'이 인기 드라마에서 주요 소재로 사용됐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현실로 돌아와 보자.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가 故박종철 고문치사사건 수사에 '침묵'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다. 이를 적극적인 은폐로 볼 것인지, 인사조치를 당한 말단 검사가 손쓸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시각차가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던 상황에서의 침묵'이 자격논란으로 이어는 게 부적절하다는 주장에는 물음표를 달고 싶다.

"다른 것도 아니고, 박종철 사건입니다. 수사기관의 간첩사건 증거조작 사실이 드러난 게 불과 지난해입니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민주화가 이뤄진 국가에서, 대법관 자격과 관련해서 이보다 더 중요한 게 뭐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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