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진의 루머속살] 증권사 리서치가 살아야 주식시장이 산다

입력 2015-02-27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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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진 자본시장부 차장

월스트리트에서 역사상 가장 성공한 펀드매니저로 꼽히는 피터린치는 저서 ‘이기는 투자’에서 자신이 운용한 마젤란펀드가 외국기업에 투자해 높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로 해당 국가의 ‘빈약한 증권 애널리스트 문화’를 꼽았다.

그는 미국에서 주식투자가 어려운 것은 주식에 대해 많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전문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주식에 대해 연구하고 분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뒤집어 말하면 전문가들이 많을수록 그에 미치지 못하는 일반투자자는 수익을 얻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 상황을 국내 주식시장에 대입해보면 어떨까. 국내 증권사의 애널리스트들은 언론은 물론 투자자들로부터 뒷북 보고서, 엉터리 실적 전망 보고서라는 비판을 받기 일쑤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대한 문제점으로 ‘믿을 수 없는 보고서’는 단골 손님처럼 등장한다.

하지만 정작 국내외증권사 관계자와 애널리스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비판을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해외 글로벌 IB(투자은행)나 증권사와는 달리 자체적으로 수익을 낼 수 없는 리서치센터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제대로 된 보고서는 요원한 소망일뿐 이라는 것이다.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이다 보니 인력의 수준도 해외에 비해 떨어질 뿐 아니라 증권사 업황이 어려워지면 구조조정 1순위로 내몰리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국내 증권사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증권사도 마찬가지다. 해외 본사에서는 보고서가 나오지만 한국지점에서 리포트가 나오는 경우는 드물다. 결국 수익구조, 다양한 규제 등 국내 금융투자업 고유의 환경 문제로 귀결된다.

여기에는 금융당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리서치센터가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법과 규제를 완화하면 증권사들은 스스로 돈을 벌기 위해서 리서치센터에 대한 인력 등 각종 투자에 나설 것이다.

증권업계에 팽배한 내부정보를 이용한 부당한 거래에 대한 감시는 지속해야 한다. 최근 일련의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금융당국과 증권범죄합동수사본가 나서 애널리스트와 기관투자자, 작전세력과의 연결고리를 집중적으로 파헤친 결과 내부정보가 담긴 증권사 보고서가 점차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있다. 내부정보와 기업분석은 엄연히 다르다.

하지만 국내 일부 애널리스트들 중 정확하고 시의성 있는 기업분석보다는 기업 내부 정보에 관심을 기울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세계적으로 회자되며 영향력 있는 증권 보고서는 절대 내부정보를 담고 있지 않다.

또한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를 접하는 이들도 관점 변화가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애널리스트가 예측한 주가가 ‘현실화’됐느냐 보다는 제시한 ‘전망의 근거’가 애널리스트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주가를 맞히면 ‘선’, 못 맞히면 ‘악’으로 평가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애널리스트의 기업에 대한 고민의 폭, 분석의 넓이를 제한하는 동시에 투자자에게 양질의 정보를 제공할 기회를 박탈하는 덫이 되고마는 상황에 이르렀다.

피터린치가 운용한 마젤란펀드는 1977년 5월부터 1990년 5월까지 연평균 29.2%의 경이로운 수익률을 올렸다. 기업 방문을 통한 올바른 기업분석을 강조하고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 않고는 주식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그의 지론에 담긴 힘을 보여주는 가장 분명하고도 간단한 결과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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