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위 혁신 조급증부터 버려라

입력 2015-02-1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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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현 금융시장부 기자

“금융위원회가 혁신 조급증에 걸린 것 같아요.”

A은행 모 차장과의 식사 자리서 나온 말이다. 창조경제, 금융개혁 등 숨돌릴 틈 없이 몰아붙이는 당국에 대한 한탄이다.

최근 이 차장과 같은 푸념이 금융권 곳곳에서 들리고 있다. 혁신이라는 이상을 좇느라 제동력을 잃은 금융위에 대한 경고음이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핀테크다. 지난해 말 박근혜 대통령의 ‘천송이 코트’ 발언 이후 금융권에선 핀테크가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중국 알리바바와 미국 애플페이 공습 속에서 핀테크 중요성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지만 그 속도가 문제다.

핀테크 핵심인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해 금융위는 해외 사례를 분석해 오는 6월 말까지 도입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마련된 것은 없다. 이제 막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을 뿐이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며 일주일에 한번 꼴로 담당자들을 모으고 있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은산분리, 실명확인, 업무영역 등 3대 쟁점을 5개월 만에 끝내겠다는 계획이다. 금융위의 포부에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이유다.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다 해도 문제는 남아있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이 경쟁력이 있느냐는 거다.

금융위는 미국이나 중국과 같은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한국은 사정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그 어느 곳보다 인터넷뱅킹이 활성화돼 있다. 고객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옴니채널’ 전략까지 자체적으로 수립할 정도다.

금융환경이 다르다는 점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미국 랜딩클럽은 서브프라임 이후 미국 은행들이 대출을 급격히 축소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중국 알리바바는 기존 은행이 상대적으로 집중하지 않은 소액대출에서 승부를 걸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관련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다.

인터넷전문은행은 해외에서도 성공 사례를 꼽기 힘들다. 이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틈새시장을 공략한 비즈니스 모델 수립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이 부분에 대해 속 시원한 방향성을 제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인터넷 강국’으로 불리는 한국에서 플랫폼 자체는 의미가 없다. 그 속에서 어떻게 ‘돈’을 버느냐가 더 중요하다. 금융위는 당장 결과물을 내놓겠다는 조급증을 버리고 우리나라에 특화된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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