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주 클럽에 박인비 볼 어떠신가? [오상민의 현장]

입력 2015-01-2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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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중국 심천 미션힐스 골프 클럽 월드컵 코스에서 열린 현대차 중국여자오픈에서 김효주가 16번홀 그린을 살펴보고 있다. (KLPGA)

충북 음성에는 기적을 빚는 사람들이 있다. 골프공 하나로 웃고 울린다. 잔잔한 감동도 모자라 진한 여운까지 남긴다. 국내 한 골프공 제조업체 이야기다. 그들은 직경 42.67㎜의 작은 공으로 기적을 일궈내고 있다.

알라딘의 요술 램프처럼 원하는 구질을 만들어주는 골프공이 아니다. ‘숙성-가열-세척-사출-연마-인쇄-도장’이라는 교과서적인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평범한 공이다. 하지만 이들이 만든 공에는 날개가 있다. 희망이라는 보이지 않는 날개다.

하나의 골프공이 완성되기까지는 2.68일(62시간)이란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골프공은 포장 작업을 거쳐 일반 아마추어 골퍼들의 라운드용 또는 연습용으로 쓰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프로골퍼들의 손에 쥐어져 한 타에 수십만 달러의 주인을 가리는 귀하신 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같은 골프공이라도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그 가치는 천양지차다. 골프만큼 국산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종목도 흔치 않을 듯하다. 이 업체는 국산에 컬러볼이라는 익숙지 않은 콘셉트로 일찌감치 틈새시장 공략을 선언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누구도 가지 않던 길이었다. 그래서 먼 길을 돌아가야 했다. 흰색 수입 공에 길들여진 골퍼들의 마음을 돌려놓기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예산도 인지도도 부족했다.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선수 마케팅을 시작했지만 국산 컬러볼을 흔쾌히 받아들이는 선수는 많지 않았다. 이 업체 후원 선수 명단에는 박인비(27ㆍKB금융그룹)도 김효주(20ㆍ롯데)도 배상문(29ㆍ캘러웨이골프)도 없다. 어린 유망주와 스폰서가 없는 무명 선수들뿐이다.

그래서인지 이들의 선전은 참으로 진한 감동을 준다. 이 업체의 후원이 없었다면 꿈을 포기해야 했을 선수가 많다. 지난 2013년 LPGA투어 진출 4년 만에 첫 우승을 차지한 이일희(27)는 이 업체 후원으로 투어 경비는 물론 미국에 집도 얻었다. 심적으로 안정되면서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었고, 그 결과는 2013년 퓨어 실크 바하마 클래식 우승이라는 거짓말 같은 결과로 이어졌다.

지난해 미즈노 클래식에서는 스물한 살 신예의 깜짝 우승에 LPGA투가 또 다시 들썩했다. 이미향(22)은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이 업체 회장 이름을 가장 먼저 거론했다. 주니어 시절부터 줄곧 후원해준 것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지만 억지로 준비해서 나온 소감은 아니다.

비록 우승은 없지만 최운정(25)의 성장도 눈부셨다. 2위 한 차례를 포함해 ‘톱10’ 10차례 진입으로 상금순위 10위(104만8932달러ㆍ11억3000만원)를 마크한 최운정은 어쩌면 이 업체가 만들어낸 최고의 선수다.

김효주의 클럽과 박인비의 볼은 지금도 시장에서 잘나가는 용품이란다. 아직도 유명 프로골퍼 사용률이 용품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란 걸 입증한다. 거기엔 국산은 B급이라는 편협한 사고도 포함된다. LPGA투어를 호령하는 국산 컬러볼의 승승장구 뒤 씁쓸한 뒷맛이 가시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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