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양보와 배려가 실종된 동방예의지국의 지하철

입력 2015-01-15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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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인태 케이론파트너스 팀장

며칠 전 퇴근 길 지하철에서 목격한 일련의 사건은 나를 많은 생각에 빠져들게 한다. 신도림역에서 겨우 지하철에 올라탄 한 중년의 아주머니가 거친 숨을 몰아 쉬며 내 옆에 자리를 잡았다. 추운 날씨 탓인지 아주머니는 두터운 잠바를 걸치고 있었다.

역을 정차할 때마다 객실에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열차도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건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내 옆에 서 있던 아주머니는 중심을 잡는데 힘겨워 보였고, 아주머니 앞에 앉아 있던 한 학생 몸에 아주머니의 잠바자락이 부딪히기 시작했다. 학생은 불쾌한 듯 앞에 계신 아주머니를 몇 번 흘겨보더니 부딪히는 횟수가 많아지자 급기야 아주머니를 빤히 쳐다보며 말을 걸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학생이 건네는 말이 가관이다.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섞어가며 아주머니에게 항의 아닌 항의를 쏟아내는 것이 아닌가. 아주머니가 “미안하다” 말을 재차 건네도 학생은 분을 참지 못했고 급기야 아주머니에게 손찌검을 하려는 듯 주먹을 꽉 쥐고 아주머니를 노려봤다. 미안하다는 말로는 상황이 정리될 것 같지 않다고 판단하신 아주머니는 결국 사람들을 헤치며 다른 객차로 자리를 옮기셨다.

매일 많은 사람들이 양보와 배려가 실종된 이러한 불쾌한 상황들을 지하철 내에서 자주 목격할 것이다. 때로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무너진 시민의식과 양보와 배려가 없는 지하철 내 추태 동영상들이 무한대로 퍼져나가기도 한다.

어떤 이는 삶이 팍팍해지면서 우리 사회에 양보와 배려가 사라지고 있다고 말한다. 지하철 무질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시민의식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도 한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이라 칭해지며 사람들 사이에 예의범절을 중시하는 것이 다른 나라 사람들로 하여금 부러움을 사던 나라였다. 어른을 공경하고 타인에 대한 양보와 약자에 대한 배려를 중요시 여기는 민족성을 지닌 나라가 우리 나라였다.

예의범절을 중시하고 양보와 배려를 미덕으로 여기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민족성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지켜나가야 하는 우리 나라의 경쟁력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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