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석유업계가 기름 값 인하와 관련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정부는 국제유가 하락에 맞춰 기름 값을 내리라는 입장이나, 석유업계는 기름 값을 자율화한 지 언제인데 인위적으로 또 내리냐며 반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9일 석유·LPG 유통업계 간담회를 열어 업계가 석유제품 가격 인하에 협조해달라고 요구했다. 같은 지역 내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이 ℓ당 800원 이상의 격차가 벌어지는 만큼, 일선 주유소들이 가격을 더 내릴 소지가 있다는 논리다.
정부가 휘발유 판매가격 인하를 압박하고 나선 것은 국제 유가 하락을 실질적인 소비자의 구매력 증가로 이어지게 해 서민경제에 온기가 돌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7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제유가가 하락해 석유·화학제품 원가가 인하됐으므로 이것이 가격에 적절히 반영돼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휘발유 가격뿐 아니라 버스요금 등 공공요금의 인상 폭 제한을 유도하는 등 국제 유가 하락이 실제 국민 생활에 반영돼 체감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하지만, 석유·LPG 업계는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결정돼야 할 제품가격에 인위적으로 개입해 인하를 압박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미 자율적으로 국제 유가 하락을 반영해 휘발유 가격을 내리고 있는데, 정부가 업계 대표들을 소집해 가격 인하를 압박하는 것은 구태의연한 보여주기식 행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업계는 무엇보다 ℓ당 890원가량의 유류세를 인하하지 않는 한 국제유가가 떨어져도 휘발유 가격의 판매가격 하락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율이 고정된 탓에 판매가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1월 49%에서 12월 말 56%까지 치솟았다. 우리나라는 휘발유 1ℓ에 교통세(529원), 교육세(교통세의 15%), 주행세(교통세의 26%), 부가세(세후 가격의 10%)가 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