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형근의 거리와 사연들] 홍대입구역 공사장 펜스만 '덩그러니', 무슨 일일까

입력 2014-12-22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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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홍대입구 4~7번 출구를 나오자마자 보이는 건 황량한 공사장과 주변을 두르고 있는 펜스 뿐이다.

홍대 앞 거리. 21세기 젊은 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곳입니다. 그 덕에 각종 공연장과 개성있는 차림새의 젊은이들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한류의 원조를 찾아 서울에 온 벽 안의 외국 젊은이들도 길거리에서 마주칠 수 있죠.

그만큼 곳곳에는 활력이 넘칩니다. 골목골목 있는 맛집과 소형공방부터 대로변의 대형쇼핑몰, 그리고 숨은 그림 찾듯 이곳저곳에 있는 공연장, 갤러리 등 빈 공간을 찾기 힘듭니다.

그러나 홍대 거리로 통하는 길목, 홍대입구역 주변에는 흉물로 방치된 곳이 있습니다. 홍대입구역 4~7번 출구 주변입니다.

동교동 삼거리와 대형쇼핑몰이 코앞에 있지만 몇 년째 공사장 펜스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일대의 왁자지껄함과 달리 흉흉한 분위기마저 풍깁니다.

▲홍대입구역 4번 출구부터 와우교까지는 공사장 펜스만 보인다.

이곳은 마포구가 2016년도 완공을 목표로 조성 중인 책거리 부지입니다. 주택가가 즐비한 이곳이 공항철도 개통 및 홍대 개발 붐과 함께 새롭게 탈바꿈하는 것이죠.

마포구에 따르면 책거리는 공항철도 홍대입구역부터 와우교까지 250m에 걸쳐 조성됩니다. 거대한 책 조형물과 함께 알록달록한 지붕을 얹은 도서판매대 150개, 어린이를 위한 동화마당·열차 책 쉼터·야외도서관 등이 갖춰져 책과 공원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문화공간이 생기는 겁니다. 홍대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는 출판문화를 살리겠다는 취지죠.

사실 홍대 거리는 최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청년 예술가의 문화적 코드보다 대중가요와 클럽 등 유흥문화가, 소규모 이색적인 가게보단 대형 프랜차이즈가 골목골목을 잠식해 가고 있습니다. 높아진 임대료에 소형 공방과 독립 예술가들은 점차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죠.

마포구가 내놓은 책거리 조성은 다시금 본래 홍대의 색을 살리려는 계기로 볼 수 있습니다. 젊은 예술가들과 침체된 출판 시장에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거죠.

그러나 걸림돌이 있습니다. 부지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있는 홍대입구역 복합역사가 그 주인공입니다.

홍대입구역 복합역사는 마포구 동교동 190-1 일대(2만844㎡) 철도 용지에 17층 높이 350실 규모의 관광호텔과 판매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입니다. 4번 출구에서 와우교로 가는 길목에 펼쳐져 있습니다.

▲홍대입구역 인근의 왁자지껄함과 달리 대로변 뒤편은 온통 황무지다.
이곳은 사업계획을 발표한 지 6년이 지났지만 공사 흙먼지조차 날리지 않습니다.

일대에 호텔 공급이 증가하면서 애초 계획과 달리 사업성에도 차질이 생긴 게 한 요인입니다.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지며 사업 시행이 늦어진 것이죠. 또 지난 2009년 사업 공모 당시 한진중공업(60%)과 쌍용건설(40%)이 시공을 맡기로 약정을 맺었지만 올 초 쌍용건설이 법정관리에 돌입한 것도 문제입니다.

과연 홍대입구역 4번 출구부터 와우교까지 이어지는 이곳이 자본과 경제의 논리가 잠식해가는 홍대에 새로운 변화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요. 하루빨리 을씨년스러운 이 일대가 변화되길 기대해봅니다. 자생력 있는 홍대 문화를 되살리는 계기가 되길 바라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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