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클래스를 향해] 남학현 아이센스 사장 “2020년 혈당측정기 세계점유율 5% 간다”

입력 2014-12-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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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 양·측정 시간 줄여 경쟁력 향상… 올 매출 900억 중 700억 이상 수출로

▲남학현 아이센스 사장이 17일 이투데이와 만나 오는 2020년까지 혈당측정기 시장에서 세계점유율 5%, 매출 1조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세영 기자 hotothink@

여기 글로벌 기업들에게 혈혈단신 맞서는 국내 중소기업이 있다. 시장점유율 98%에 달하는 철옹성 같은 시장에 기술력 하나만을 믿고 정면 돌파하고 있는 기업, 바로 자가혈당측정기 업체 아이센스다. 아이센스는 국내 중소기업으로선 드물게 글로벌 의료기기 시장에서 활발한 행보를 보이며 ‘한국형 히든챔피언’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지난 17일 서초동 아이센스 본사에서 만난 남학현 사장(CTO)의 표정에도 자신감이 넘쳤다. 남 사장은 “광운대 교수였던 공동창업자 차근식 대표(CEO)와 함께 정부 국책과제를 진행해왔던 것이 아이센스 공동 창업의 시초가 됐다”며 “1992년부터 연구를 시작했고 2000년도에 총 8명으로 회사를 시작했다”고 창업 초기를 회상했다.

처음엔 연구비를 집행하고 연구 인력들의 임시 거처 차원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는 게 남 사장의 설명이다. 사업을 체계적으로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2000년 8월. 그때부터 남 사장은 차 대표와 함께 곳곳에 투자설명회를 다니며 아이센스의 기술과 수익구조를 적극 홍보했다.

남 사장에 따르면 전 세계 혈당측정기 시장은 약 20조원 규모다. 현재 글로벌 기업인 로슈(33%), 존슨앤존슨(27%), 바이엘(15%), 애보트(14%) 등 ‘빅4’가 전 세계 시장점유율 98%를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4개 기업이 전 세계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그는 “철옹성 같은 세계 시장을 보면서 우리는 생각을 조금 달리 했다”며 “2000년대 초반 7조원 규모였던 시장에서 점유율 0.1%만 차지해 70억원을 벌어보자는 목표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같이 현실적인 목표를 내세우며 사업을 확대해나가던 아이센스는 2003년 첫 자가혈당측정기 브랜드인 ‘케어센스(CareSens)’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출사표를 던졌다. 첫 도전의 결과는 비교적 좋았다. 출시 첫 해에 케어센스는 매출 18억원을 기록하며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남 사장은 “당시 다른 제품들을 보니 혈액이 4마이크로리터(㎕) 기준 측정시간 30초 정도로 길었는 데 반해, 케어센스는 0.5마이크로리터에 5초로 혈액의 양과 시간을 대폭 줄였다”며 “충분히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고 말했다.

자가혈당측정기는 1회용 소모품인 스트립(strip·바이오센서), 측정기기(meter)로 구성된다. 최소한의 혈액으로 단기간 측정을 마치는 것이 자가혈당측정기의 경쟁력이자 기술이다. 또한 매출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스트립의 생산효율도 경쟁력의 한몫을 차지한다.

남 사장은 “초기엔 30평 남짓의 파일럿 공장에서 하루 3만 스트립 정도를 생산하는 수준이었지만, 2007년 하반기 공급처들의 물량 확대 요구로 인해 생산효율성 향상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며 “생산 과정에서의 이해도를 높이고 고민하다 보니 증설 없이 생산량을 4배나 키우는 데 성공했고, 대량생산 체제로 본격적인 전환을 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아이센스는 송도, 원주 등에 공장을 신설하며 연간 최대 20억 스트립까지 생산할 수 있다.

남 사장은 아직도 2010년을 잊지 못한다. 2010년 뉴질랜드 정부의 의료기기 구매 독립기관 ‘파맥(PHARMAC)’이 3년간 아이센스의 혈당스트립 제품에만 의료보험을 적용키로 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뉴질랜드 정부가 아이센스의 품질을 인정함으로써 독점 공급계약을 따냈던 셈이다.

남 사장은 “당시 글로벌 빅4인 로슈, 에보트, 바이엘 등의 기업들이 모두 응찰했지만 결국 기술력과 가격 측면에서 강했던 아이센스가 계약을 따냈다”며 “최근 뉴질랜드 정부 보고서에서도 아이센스 제품을 쓴 것은 효율적인 결정이었다는 결과가 나올 정도로 사후에도 인정을 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아이센스의 매출 가운데 수출 비중은 80%에 달한다. 영국을 필두로 유럽에 가장 많이 수출을 하고 있을 정도로 선진국 비중이 크다. 올해 예상 매출 900억원 가운데 700억원 이상이 수출이고, 이중 유럽 매출이 400억원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이센스는 이 같은 수출 중심 경영 전략으로 지난해 중소기업청의 중소·중견기업 지원 시책인 ‘월드클래스300’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남 사장은 “현재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는 지역은 80여곳으로 유럽, 미국, 오세아니아 지역의 비중이 크다”며 “다음 공략 지역으로는 중국과 남미, 러시아 등 브릭스(BRICs) 국가들을 주로 계획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를 위해 아이센스는 병원을 대상으로 한 제품 영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남 사장은 “점유율을 올리기 위해선 병원에서 일단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팔아야 한다”며 “환자 기록이 남고 데이터베이스화해 연결하는 기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련 신제품도 이미 개발한 상태로, 내년 상반기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병원을 대상으로 공급할 당화혈색소측정기로, 현재 국내 인증 절차를 받고 있고 유럽에선 인증을 신청한 상태다. 유럽에선 내년 하반기께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노력으로 아이센스는 오는 2020년까지 세계시장 점유율 5%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남 사장은 “현재 아이센스의 점유율은 0.8%에 불과하지만, 향후 병원 대상 사업을 강화하며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매출도 2020년까지 1조원을 기록하는 것을 목표로 세우고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센스는 창업 초기부터 국책 과제를 통해 성장한 기업이다. 이에 남 사장이 갖는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에 대한 철학도 남다르다.

그는 “아이센스는 정부 지원을 우리 몸에 맞춰 키운 경우”라며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정부가 도움은 주되, 주도하려고 하면 안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조직 등을 자주 변화시키며 흔드는 것보다, 정책의 일관성을 지키면서 해당 기업을 믿고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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