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게 정치라지만, 이번만큼은 여야가 합의를 꼭 지켰으면 한다.
지금 한국경제는 너무 안 좋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이후 올해 9월까지 4개 분기 연속 전 분기 대비 0%대다. 실질국민총소득(GNI)은 올해 3분기 중 전 분기 대비 0.3% 증가에 머물러 2년 6개월 만에 최저 증가율을 보였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한국 경제가 내년에 완만한 내수 회복세를 보이고 수출 증가세도 소폭 확대되겠지만 3.5% 성장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지난 5월 전망치인 3.8%에 비해 0.3%포인트 낮아진 것으로, 정부의 기존 성장률 전망치(올해 3.7%, 내년 4%)는 물론 국제기구의 성장률 전망치 가운데서도 가장 낮은 수치다. 예상보다 성장률이 떨어지는 하방위험도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부동산 경기 역시 다시 침체의 늪으로 빠지는 분위기다. 정부의 9·1 부동산대책 발표 뒤 잠시 주택 거래가 활성화되고 가격이 올랐지만, 지금은 약발이 다했다는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서비스산업발전법과 관광진흥법 등 경제 활성화를 위한 법안 대부분은 국회서 낮잠만 자고 있다. 주택분양가 상한제를 탄력 적용하는 주택법 개정안, 재건축사업 활성화를 위해 재건축 부담금 부과를 3~5년 유예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재건축 시 소유 주택 수만큼 신규주택 공급을 허용하는 도시·주거환경정비법 등 부동산 3법 역시 마찬가지다. 매번 협상만 하다 끝날 판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책이 국회에서 자꾸 막히면 정책 불확실성에 따른 혼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 3법의 연내 처리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부동산경기 침체로 전세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전세난을 더욱 부추기고 있어서다. 당분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집 없는 서민들에겐 직격탄이다.
부동산 3법이 통과되면 강남 4구를 비롯한 특정 지역에만 혜택이 집중될 것이란 지적도 없지 않다. 정부가 인위적인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할 경우 가계부채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어떤 정책이든지 이해가 엇갈리지 않는 경우는 없다. 일부 혜택의 불균형이 있다면 포기하는 것보단 보완책을 마련하는 게 상수(上數)다. 세입자가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처럼 여야가 합의에 근접한 대책도 세입자들의 주거권을 안정시키는 차원에서 보완책이 될 수 있다.
정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현실은 빨리 지나가는데 처방이 느리면 약효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국회의 역할이 여느 때보다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