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To Better Lifestyle’… 인터넷 20년을 꼽씹고 바른 인터넷을 꿈꾼다

입력 2014-11-2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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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 공간(Cyber Space)’

생소한 단어였다. 한창 이런 단어가 한창 유행하던 1990년대에만 해도 그랬다. 누군가는 사이버를 ‘씨벌’라고 읽었다가 주변사람에게 무식하다며 욕을 얻어 먹기도 했던 시절이었다.

2014년 현재, 사이버 공간이라는 단어는 다른 의미에서 여전히 생소하다. 우리 생활에 너무나도 밀접하게 들어와 누구도 현실과 사이버 공간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런 단어를 거의 쓰지 않는다. 단지 ‘인터넷’이라고 명칭할 뿐이다. 사이버 공간을 연 것도, 이를 실제 생활과 구분해서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밀접하게 만든 것도 바로 인터넷이다.

KT가 우리나라 인터넷 역사 20년을 정리한 ‘To Better Lifestyle’을 출간했다. 이 책은 국민들이 쉽게 접하지 못했던 대한민국 인터넷 IT 핵심기술의 생생한 현장 모습을 소개하고, 국내 최초 인터넷 상용화 서비스인 코넷부터 통신혁명이라 불리는 기가인터넷까지 통신 인프라와 그 숨겨진 이야기들을 알기 쉽게 풀어냈다. 이해를 돕기위해 인포그래픽과 인터넷 연대기 등을 적극 활용한 게 특징이다.

뿐만 아니다. 하루 24시간을 인터넷과 함께 사는 IT 종사자부터 예술인, 외국인까지 각계각층의 인사 30여 명의 인터뷰를 담아 다양한 관점에서 인터넷의 의미와 미래상에 대해 소개했다. 이들을 통해 인터넷이 우리에게 준 선물과 앞으로의 가능성을 임장감 있게 느낄 수 있다.

‘To Better Lifestyle’ 출판기념 행사에 자리한 이준익 영화감독은 이 책에 대해 “영화의 시작은 인문학에 있으나, 영화의 발달은 과학에 있다. 인터넷이 영화 제작의 메커니즘을 완전히 바꿔놨다. ‘To Better Lifestyle’는 그 과정을 생생하고 쉽게 전달한다”고 정리하기도 했다.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은 이 책을 통해 사람과 사람이, 세상과 세상이 인터넷을 통해 얼마나 촘촘하게 연결돼 있는지를 강조했다.

<조선일보> 기자였던 그는 처음 인터넷을 접했을 때 온 세상이 연결된다는 개념자체가 흥분됐다고 회상했다. 작성자의 바이라인 뒤에 이메일을 반드시 달게 한 것도 그가 처음이다. 또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최초로 신문에 게재했을 땐 그야말로 새로운 시대가 왔다고 느꼈다고 한다. 특히 아이폰의 등장 이후 손가락 끝에 있던 정보(빌게이츠)라 정의되던 인터넷이 손바닥 위로 올라오면서 우리의 삶이 인터넷으로 시작해 인터넷을 끝나는 시대가 됐다고 단언했다.

이 책은 언뜻 인터넷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예술인들이 인터넷을 어떻게 활용하고 이를 통해 영감을 얻는지도 소개했다. 대표적으로 추미림 작가가 있다. 추 작가는 인터넷 이미지의 기본 단위인 ‘픽셀’을 주제로한 ‘픽셀 케이스’시리즈를 오랜시간 작업해왔다. 사이버 공간 자체가 작품의 소재가 된 것이다. 그는 최근 우리의 기억 창고가 웹 이라는 점에서 착안해 웹 지도 프로그램을 활용해 특정 도시의 이미지를 캔버스에 옮겨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추 작가는 인터넷에 대해 “친구 같으면서도 도서관 같고, 보물상자 같기도하다”면서 “같은 정보가 주어져도 각자의 성향에 따라 다른 링크를 타고 다른 보물을 찾는 것을 보면, 제 나름의 길이 있다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이 책은 단순히 인터넷의 편리함이나 좋은 점만을 강조하고 있지 않다. ‘빠른’을 넘어 ‘바른’을 향해가고 있는 인터넷을 각계각층의 사람들은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려 애쓴다. 이 책을 펼치는 독자들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사용하는 인터넷을 어떻게 하면 더욱 바르고, 영감 가득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를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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