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일본의 2차 양적완화 단행으로 한층 확산되고 있는 엔저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이 우려를 표명한 가운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 18일 매경이코노미스트클럽 강연에서 “엔화약세의 부정적 효과를 잘 알고 있다”며 “시장안정 차원에서 엔저가 급변동하지 않게 하는 노력은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엔저 주시’라는 입장에서 한발 더 나아가 구체적인 대응을 강조한 것이다. 이 총재는 지난 3일 엔저에 대해 “환율 등 금융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하는 데 그쳤다.
눈여겨볼 점은 이 총재의 엔저 발언 수위 변화가 박 대통령이 국제무대에서 일본의 통화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후 이뤄졌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6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최근 선진국들이 서로 다른 방향의 통화정책을 펴면서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주요 선진국 통화가치의 쏠림 현상은 일부 신흥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 총재는 지난달 ‘정보통신기술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가 열렸을 당시 디지털 혁명의 결과물이 소수에게 부를 집중시킬 뿐 새로운 일자리는 창출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으나 파장이 커지자 서둘러 진화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ITU 회의를 참석하며 전폭적 지지를 보낸 것을 의식했다는 시각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