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진의 루머속살] 글로벌 제약사 탄생?…꿈도 꾸지 마라

입력 2014-11-1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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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진 자본시장부 차장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바이오·신약 시장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 앞에 놓여 있는 연구·경영 환경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바이오·신약 개발 기업은 커피자판기처럼 동전 몇 개 넣으면 바로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투자자들과 증권당국은 이들 기업이 커피자판기이기를 원한다.

최근 가장 급성장하는 글로벌 제약사 중 하나를 들라면 업계에서는 단연코 길리어드 제약사를 꼽는다. 이 회사는 1987년 벤처기업으로 출발해 15년간 적자에서 벗어난 적이 없지만 현재는 연매출 10조원대에 시가총액은 120조원이 넘는 글로벌 제약사로 거듭났다.

길리어드는 이같은 성공 비결로 회사를 믿고 기다려준 장기 투자자들을 꼽는다. 이들 덕분에 ‘항바이러스’ 분야 한우물만 팔 수 있었다는 것이다.

길리어드가 우리나라에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도 15년간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면 연구 개발비 횡령·배임은 없는지, 지금까지 해온 연구 결과 자체가 부풀려진 것은 아닌지 등 온갖 의혹의 시선을 받았을 것이다.

또한 싸늘하게 등을 돌리는 투자자들과 15년은커녕 5년 만에 적자 누적으로 상장폐지가 돼 사라졌을 것이다.

적자를 2~3년만 보고 있어도 공매도 세력에 의해 주가는 맥을 추지 못할 것이며, 추가적인 자금 조달을 위한 정상적인 유상증자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될 것이다.

우선 투자자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선진 주식시장처럼 장기 투자에 나설 주체도 없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 당장 연구 개발비가 떨어져 발 등에 불이 붙은 일부 기업은 사채시장을 기웃거리게 되고, 이 과정에서 기업사냥꾼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 바이오·신약 개발 기업들의 현실이다.

증권당국의 여러 규제도 이들 기업의 목을 죄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선진국의 제도를 벤치마킹한다지만 규제만 골라 도입하거나 심지어는 선진국에도 없는 규제까지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며 볼멘 소리를 낸다.

예를 들어 유상증자를 하려면 증권당국에 신고서를 제출하고 허락을 받기 위해 여러 난관을 거쳐야 한다. 당국은 바이오 신약 개발 기업들에 대해서는 특히나 세심하게 신고서를 검토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기업들은 유상증자를 포기하고 다른 방법으로 자금 조달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증권 당국에 신고서만 제출할 뿐이다. 그 신고서를 투자자들이 보고 판단해 증자에 참여할지를 결정한다.

또 하나는 투자 과열, 거래 정지, 단일가 거래 규제다. 에볼라 테마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 주식시장에서도 이슈가 됐다. 관련주들의 주가는 적게는 30%에서 많게는 두세 배 이상 급등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수차례 과열 경고, 과열에 따른 거래정지, 단일가 거래 등의 조치가 이뤄졌지만 미국에서는 이같은 조치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미국 주식시장에는 이 같은 제도 아니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일부 바이오나 신약 개발을 그럴듯하게 꾸며 주가 띄우기에 악용하거나 연구개발비를 횡령·배임하는 범죄자는 선진국에도 있고 우리나라에도 있다. 이런 범죄자들은 법으로 처벌하면 된다. 하지만 선진국에도 없는 각종 규제를 도입해 목을 죄면서 글로벌 제약사가 되기를 원한다면 도둑 놈 심보가 아닐 수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규제 철폐가 주식시장에서는 언제쯤 피부에 와닿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저 차가운 바람이 피부에 와닿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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