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전남 여수와 광양을 잇는 이순신 대교가 심하게 흔들린다는 신고로 차량 통행이 통제됐다.
당시 안전 진단을 위해 구성된 대책위는 보수 공사를 위해 처놓은 가림막 때문에 흔들림 현상이 일어났고, 다리의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시민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이는 아마도 수일 전 성수대교가 붕괴된 지 만 20년이 됐다는 것을 언론 보도를 통해 인지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20년 전, 그러니까 1994년 10월 21일 아침 7시 40분쯤 성수대교 상판이 무너졌다. 이로 인해 출근길과 등굣길에 올랐던 시민 49명이 한강으로 추락했고, 이 가운데 32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날의 기억은 악몽, 그 자체였다.
사고 이후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시설물 점검에 나섰지만, 그 이후에도 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이듬해 6월 삼풍백화점이 무너져 5백여명이 사망했고, 1999년 6월에는 화성 씨랜드 화재로 어린이 20여명이 숨졌다.
2003년 2월에는 대구 지하철 화재로 수많은 사람이 사망했고, 올해 초에는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건으로 치부되고 있는 세월호 참사가 전 국민을 슬프게 만들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숨 쉬는 것 빼고 모든 것이 불안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 다른 쪽에서는 ‘제 아무리 21세기라 하더라도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는 것이 상책’이라며 농 아닌 농을 건넨다.
그저 보수 공사를 위해 쳐놓은 가림막 때문에 잠시 흔들렸던 이순신 대교. 하지만 시민들은 일어날 것 같지 않았던 사건들이 버젓이 일어난 과거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아직도 이순신 대교를 불안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시선을 갖고 있는 시민들의 불안감은 과도한 것일까. 단언컨대 시민들의 불안감은 지나치지 않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안전의식 실태와 정책과제’에 따르면 20세 이상 성인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시민들의 안전의식은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우리 사회 안전의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0.9%는 ‘매우 부족하다’, 44.1%는 ‘다소 부족하다’라고 답변했다.
또 해당 답변을 지수화한 결과 한국 사회의 안전의식은 100점 만점에 17점인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들의 안전의식이 이처럼 저조하다는 것은 그만큼 정부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그리고 지하철 방화, 세월호 참사 등 일련의 사건은 정부가 안전관리 대책을 소홀히 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시민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안전관리 대책이 요구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