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경제포럼] 일본형 장기불황은 오지 않는다

입력 2014-10-2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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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호중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에게 닥칠 경제위기는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아니라 ‘2008년 국제금융위기의 한국판’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많은 관료와 학자들은 우리도 일본같이 장기불황의 늪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매우 안이한 생각이다.

지금의 대한민국과 20년 전 일본의 상황에 유사점이 없는 건 아니다. 수출주도형 성장 끝에 평가절하, 금리인하, 부동산 버블에 이어 성장이 급속히 둔화되었고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겹치고 있다.

불황에 대한 초기 대응도 닮은꼴이다. 두 나라는 감세정책과 대대적 토건사업, 재정확대 등 대공황기의 낡은 방식의 처방전을 내놓았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을 파헤친 것처럼, 한때 일본은 전 국토가 골프장과 리조트 공사판이 되다시피 했지만 재정적자만 눈덩이처럼 불려놓았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는 일본과는 다른 경로를 걸을 것으로 보인다. 불황을 20년이나 견뎌낸 일본경제만큼의 체력이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이 가계부채 문제다. 일본의 가계는 GDP의 245%나 되는 국가부채를 떠안을 정도로 튼튼하다. 그러나 1040조원에 이르는 우리 가계부채는 증가 속도와 가계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 모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더욱이 주택담보대출이 41.5%에 달하고, 그중 변동금리 또는 혼합형 금리 대출이 97.1%나 된다. 금리와 부동산가격 변동에 매우 취약한 구조다. 만약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금리인상 경쟁이라도 벌어진다면, 가계부채 위기는 바로 금융위기로 이어질 것이다.

둘째는 사회보장제도의 수준이다. 일본은 5년 전 사회복지비 지출 비중이 20%를 넘어섰고 최근 ‘사회보장 과세의 일체개혁’을 통해 사회복지제도를 확대하고 있다. 우리는 노무현 정부 때 10%를 넘어섰던 복지비 지출 비중이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와서 오히려 9%대로 떨어졌다.

셋째는 공동체의 해체 정도다. 일본 역시 고독사 문제 등 가족공동체의 해체 문제는 심각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미 도시와 농촌을 막론하고 마을공동체가 해체되었지만, 일본은 8만1000개의 신사와 8만6000개의 사찰을 중심으로 한 마을공동체가 아직 작동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5만3000개의 교회와 9000개의 사찰 등이 있다고 하지만, 공동체 중심으로서의 역할을 하는지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경제의 발전 정도다. 일본의 생활협동조합원 수는 2600만명, 매출액은 3조6000억 엔을 넘는다. 우리 4대 생협의 60배나 된다. 이렇게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생협을 중심으로 근로자협동조합, 의료협동조합, 복지협동조합 등이 발전해 가고 있다. 우리는 이제 협동조합기본법 제정과 사회적 경제기본법 논의를 계기로 기지개를 켜는 정도다.

아직 부동산 버블이 붕괴되지 않았으니 괜찮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최경환 부총리 취임 이후 정부는 부동산의 안전핀 역할을 해 온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부터 풀고 연이어 금리를 낮췄다.

우리에게 가장 취약한 고리가 가계부채이고 금융과의 연결지점이란 것을 안다면 이 같은 정책이 잇따라 나오진 않았을 것이다.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기요인은 위기가 다가오는 징후를 감지하지 못하는 최경환 경제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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