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소식에 시장 '눈치보기'

입력 2006-09-29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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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부-건교부 엇갈린 반응...업계, '분양가 하락은 미지수'

노무현 대통령이 28일 한 TV프로그램에 나와 '아파트 분양 원가 공개는 거역할 수 없는 흐름'이라고 말해 주택시장의 동요가 증폭되고 있다.

분양원가 공개 주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지만 자본주의시장 원칙과 대치된다는 시민단체 등의 주장이 강해 관철되긴 어려울 것이란 심리가 팽배해 있었다.

실제로 지난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은 '장사란 남을 수도, 밑질 수도 있는 것'이란 표현을 통해 우회적으로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 거부의사를 표시한 바 있고, 부동산 정책의 최종 의사결정 당국인 재정경제부도 분양 원가 공개 주장에 뚜렷한 반대 의견을 밝혔던 터라 시장의 충격이 혼란상태에 빠진 분위기다.

더욱이 이같은 분양원가 공개 결정이 오는 8월 이후 나타난 파주 운정, 은평뉴타운 등 두 차례 고분양가 파동 이후 갑작스레 터져버려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 별다른 의미를 부여치 않았던 시장의 당혹감은 커질 수 밖에 없다.

◆官-건교 환영, 재경 당혹, 주공 눈치만

대통령의 발언에 따라 제도 시행을 추진해야할 행정부처와 공기업사이엔 미묘한 입장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대통령제 중심국가에서 대통령의 정책 의지가 있다면 그렇게 따를 수 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번 의사 표명이 워낙 전격적이다 보니 동요하는 현상이 뚜렷히 나타나고 있다.

우선 분양원가 공개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건설교통부는 '표정관리'에 들어간 상황. 건설부는 건설시장 주무부처에서 부동산시장 전반의 주무부처로 발돋움할 수 있는 만큼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 반대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통령의 발언이 있은 후 건교부는 가장 먼저 분양원가 공개에 관한 법률제정을 하겠다는 응답을 내놓고 움직이고 있다.

반면 재정경제부는 당혹스러운 표정이다. '서민 주거안정'보다 시장 경제 확립에 보다 많은 배려를 해야하는 재경부로선 시장경제 원칙에 위반하는 분양원가 공개를 마냥 찬성할 수 없는 입장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뜻이 이와 같다면 따를 수 밖에 없어 건설시장에서 시작한 원가 공개 바람이 얼마나 확산될 것인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기업인 대한주택공사 역시 이번 분양원가 공개 파동에 대해 별다른 의사표현은 하지 않고 있지만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임대 아파트를 많이 짓는 주공인 만큼 일부 인기 택지지구에서는 임대아파트에서 발생한 손해를 메우는 차원의 분양가 산정이 있었던터라 이번 분양원가 공개가 불편할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특히 공기업이란 이유로 '시장 경제'를 내세우며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 터놓고 반박할 수도 없는 상황에 가슴 앓이가 심할 수 밖에 없다.

주공의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정책방향을 제시하고, 건교부가 법 시행을 추진한다면 주공은 결국 그렇게 따르는 수 밖에 없다"고만 짤막하게 밝혔다.

◆民-업계 '패닉', 수요자 찬반 엇갈려

분양원가 공개에 가장 큰 피해자가 될 민간 건설업체의 동요는 더욱 크다. 심지어 이번 분양원가 공개를 유도한 한라건설과 SH공사는 민간 건설업체의 '공공의 적'이 될 것이란 우스개 소리가 나올 정도다.

실제로 건설업체가 자체 주택개발사업에서 얻는 수익은 대략 전 사업비의 10% 이상. 일부 사업에선 20~30%의 수익도 얻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업체들이 공식적인 내세우는 수익률은 대략 5~8%인 만큼 자칫했다가는 폭리를 취하는 기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커진다.

한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너무 전격적으로 결정된 사안이라 뭐라 반박할 논리를 생각할 여지도 어렵다"며 "다만 현재 아파트 분양시장은 분양가 자율화가 지켜지고 있고, 여기에 시장 경제 원칙에 어긋나는 원가 공개를 해야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은 논리"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반수요자들은 대체적으로 원가 공개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원가 공개로 인해 분양가가 내려간다면 수요자들로선 나쁠게 전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원가 공개는 말그대로 공개일 뿐 분양가가 반드시 내려간다는 보장이 없다면 굳이 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부동산정보사이트에 의견을 피력한 한 네티즌은 "분양가 원가 공개가 자칫 '마녀사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분양가가 낮아져야 한다는 것이며, 이에 따라 원가 공개보다는 분양가 상한제의 전격 실시가 더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분양원가 공개가 반드시 분양가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건설업체의 1차 목적은 '서민 주거안정'이 아니라 '수익'인 만큼 원가를 공개해서 분양가 과다 산정을 막는다면 마감재 등 아파트 자질을 떨어뜨려서라도 수익을 창출할 것이란 설명이 나올 정도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국민정서'에만 지나치게 입각한 원가 공개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나고 있다.

수목부동산 연구소 양은열 대표는 "원가 공개는 시민단체의 주장일 뿐 시민들이 바라는 것은 분양가의 안정이다"라며 "분양가 안정에 대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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