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떨이 팔아요" 건설사 입주 후 미분양 털어내기 몸부림

입력 2006-09-27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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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금은 최대 2년까지 무이자고요 인근 신도시 분양할때 예상분양가가 이 아파트 분양가보다 훨씬 높을테니 시세차익 기대하셔도 됩니다"

아직 도로공사가 한창인 신규 입주단지 경기도 양주시 삼숭동 양주GS자이에는 '떨이'판매 물건이 잔뜩 있다. 2003년 이후 전체 5천세대 규모로 분양을 시작한 양주GS자이는 타 수도권지역에 비해 저렴한 평당 400만~500만원 대의 분양가로 첫분양 물량에서는 수요자들의 적지 않은 관심을 끌어모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잇달아 대량 물량이 뿌려진데다 교통여건이 불편해 서울출퇴근이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면서 뒤늦게 분양한 6단지 735세대와 7단지 561세대는 대량 미분양을 면치 못했다.

이들 단지는 지난 4월부터 입주를 시작했지만 전체 분양물량의 30%를 넘어서는 미분양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아 업체로선 골칫거리로 계속 남고 있었다.

◆'떨이판매' 어떻게 이루어지나

이에 최근 GS건설은 '과감한' 떨이 판매를 시작했다. 판매조건은 29평형의 경우 중도금 전액 2년간 무이자, 그리고 32평형은 중도금 전액을 1년간 무이자로 융자해주는 조건. 그리고 전세를 업체에서 알선해줘 분양가의 20%에 해당하는 잔금을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 분양가가 1억4300만원인 29평형은 계약금 1430만원에 우선 계약한다음 회사에서 3500만~4000만원 가량인 전세를 알선해주면 이를 잔금으로 처리해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취등록세를 포함해 약 2000만원만 내면 2년간 집주인이 될 수 있는 셈. 즉 2년 동안 집을 보유하면서 집값이 오르면 팔고 나가라는 의미의 새로운 개념의 분양권 전매인 것이다.

또 32평형도 계약금 약 1590만원에 취등록세를 포함한 2000만~2100만원 가량만 갖고 있으면 1년간 중도금 이자를 내지 않고서 기다렸다가 집값이 오르면 팔고 나갈 수 있도록 회사측에서 배려해줬다.

이에 따라 떨이 판매가 시작된지 단 1주일 만에 양주GS자이는 1, 2층 물량을 제외한 모든 물량이 팔려나갈 정도의 성공을 거두고 있는 상황. GS건설에 따르면 1일 평균 5건이상 계약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지난 주말에도 적은 돈으로 재테크를 하려는 인파들로 가득찼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떨이 판매가 예상 외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최근 불어오고 있는 고분양가에 기인한다. 파주 운정신도시가 주변 시세보다 최대 100%가 높은 평당 1200만원 이상의 분양가를 내놨음에도 불구, 5대1의 높은 청약경쟁률을 기록한 것과 후분양제를 결정한 은평뉴타운 등의 분양가를 감안할 때 향후 공급될 아파트의 분양가는 지속적으로 오를 수 밖을 없을 것이란 기대심리를 심고 있는 것.

양주지역의 경우 오는 2008년 분양을 시작할 전체 340만평 규모 옥정신도시가 기대심리의 발판이다. 판교와 파주운정지구의 분양가 상승세를 감안하면 옥정신도시의 예상 분양가를 평당 800만원이라고 가정할 때 현재 평당 500만원이 채 안되는 양주 자이의 매매가도 2년 후엔 평당 100만~200만원 가량 오를 수 있을 것이란 이야기다. 분양관계자는 "최근의 분양 오름세는 대세로 굳어진 만큼 2008년 분양할 옥정신도시의 분양가는 최소 평당 800만원 선에 이를 것"이라며 "이경우 무이자로 1~2년을 보유한 후 평당 100만~200만원 가량 가격이 오를 전망이 강해 투자가치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양주 자이 분양관계자들도 주로 현직 중개업자들로 이뤄졌다. 현직 중개업자들은 매매 건당의 수수료를 받고 미분양아파트를 팔고 있는 상황. 현직 중개업자들로 구성된 가장 큰 이유는 이들 '떨이 판매자'들에게 빠른 시일 내에 전세도 계약해줘야하기 때문. 계약자들은 계약 당시 업체들이 내세운 전세 보장 조건을 믿고 계약을 하지만 한꺼번에 1200 여세대가 풀리는 만큼 전세를 얻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기 때문. 계약조건에 따르면 계약금을 내 건 계약일로부터 2달 안에 잔금을 치뤄야한다.

대규모 부동산 중개업자들이 몰려 미분양을 팔고 있어 전세수요도 의외로 적지 않다. 양주 자이는 30평형대 전세가도 인근 의정부시 20평형대 아파트 전세가보다 낮은 4000만~4500만원 선에 거래되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미분양 아파트 떨이판매와 전세계약을 동시에 취급하는 중개업소 관계자는 "현재의 추세로 볼 때 잔금 납부기한인 두 달 안에 전세가 나가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동산버블에 기대한 가수요 확대' 지적 받아

업계로선 엄청난 폭탄과도 같은 미분양 물량을 처분하기 위해 '참신한'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이같은 떨이 판매에 대한 시장 전문가들의 우려도 적지 않다. 우선 떨이 판매 대상이 주로 쌈짓돈으로 아파트 투자를 하고자하는 가수요를 노리고 있다는 것. '계약금 2000만원만 내면 잔금은 전세금으로 돌리고 집값 오르면 팔고 나가라'는게 이들의 판매전략이다. 이에 따라 만약 2년 후 집값이 오르지 않을 때 이 말만 믿고 계약한 수요자들의 불만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란 우려다.

실제로 지난 2003년 9월 두산산업개발이 부산광역시 동구 범일동에 분양한 주상복합아파트 두산위브 포세이돈은 판매가 부진한 오피스텔에 대해 이같은 '확정 수익제'를 실시해 계약금만 내건 가수요를 잔뜩 모집했지만 입주가 시작될 현재는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는 상태라 계약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에 있는 상태다. 양주 자이의 경우 가능성면은 떨어지지만 '제2의 두산위브사태'가 벌어질 우려도 전혀 불식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양주 자이는 자생적인 집값 상승력보다, 인근에 분양할 신도시가 책정할 고분양가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것도 전형적인 부동산버블을 바라는 심리란 지적을 받고 있다. 한 부동산컨설턴트는 "지난 5월 정부가 이른바 '버블세븐' 공세를 편 후부터 집값이 안정세로 돌아설 만큼 버블에 대한 불안감은 상당부분 조성돼 있다"라며 "미분양을 처리하기 위해서라지만 지나치게 버블에 대한 기대심리를 확산시키는 건 적절하지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떨이판매는 양주 자이에 국한된 일은 아니다. 최근 부산, 대구 등지에서 수도권 건설사들이 공급한 아파트 대부분이 중도금을 무이자로 융자해주고 있다. 이들 아파트들도 입주를 시작하게 되면 양주 자이와 마찬가지로 떨이 판매에 들어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떨이판매 아파트를 매입한 계약자들이 특히 주의할 부분은 집값이 오르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은 회사측이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양주 자이의 경우 떨이 판매자들은 GS자이란 브랜드를 보고 매입을 결정한 것이지만 GS건설은 이와 관련해 아무런 책임질 부분은 없다. 양주자이의 시행사는 한국토지신탁이기 때문이다. GS건설 관계자는 "GS건설은 공사 도급 회사일뿐 분양에 관련해 책임질 부분은 없다"라고 말했다.

GS건설측은 모든 면에서 발뺌할 준비는 탄탄하다. 미분양 떨이 판매를 하는 판매자부터 계약자에게 계약 유의사항을 알려주는 직원까지 이 회사 직원은 단 한명도 없다. 떨이 판매가 문제가 될 경우 회사측은 아무런 책임지지 않을 준비가 돼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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