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가장 작은 아기’ 260g으로 태어난 예랑이, 엄마 품으로

입력 2024-11-12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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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서 올해 4월 22일 출생…이달 5일 건강히 퇴원

▲삼성서울병원은 5일 국내에서 가장 작은 몸무게(260g)으로 태어난 예랑이가 퇴원했다고 12일 밝혔다. (왼쪽부터)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황지은 교수, 양미선 교수, 예랑이와 예랑이 부모, 장윤실 모아집중치료센터장, 이나현 교수, 박성현 교수. (사진제공=삼성서울병원)
▲삼성서울병원은 5일 국내에서 가장 작은 몸무게(260g)으로 태어난 예랑이가 퇴원했다고 12일 밝혔다. (왼쪽부터)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황지은 교수, 양미선 교수, 예랑이와 예랑이 부모, 장윤실 모아집중치료센터장, 이나현 교수, 박성현 교수. (사진제공=삼성서울병원)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아기로 태어난 예랑이가 엄마 품에 안겼다.

삼성서울병원은 엄마 뱃속에서 25주 5일 만에 260그램(g)으로 국내에서 가장 작은 몸무게로 태어난 예랑이가 이달 5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고 12일 밝혔다.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2024년 4월 22일 울음조차 희미해 이날 예랑이를 처음 만난 모두를 애태웠지만, 병원 생활 198일 만에 엄마와 아빠가 기다리는 집으로 되돌아갔다. 퇴원 때 몸무게는 3.19kg으로 예랑이는 태어났을 때보다 10배 넘게 자랐다.

병원 측은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 덕에 기계장치의 도움 없이 스스로 숨 쉬고, 젖병을 무는 힘도 여느 아기 못지않다”며 “지금은 국내 ‘최소체중’ 출생아의 흔적은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예쁜 미소를 연신 짓는다”고 전했다.

퇴원 후 첫 외래 진료일이었던 11일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병원을 찾았다.

예랑이는 엄마와 아빠가 결혼한 지 3년 만에 찾아온 귀한 생명이다. 예랑이의 존재를 확인한 날이 11월 11일이어서 ‘(빼)빼로’로 불렸다. 건강한 모습으로 만날 줄 알았던 예랑이는 임신 21주차부터 더 이상 자라지 않았다.

자궁내성장지연을 확인한 삼성서울병원 모아집중치료센터의 움직임도 이때부터 바빠졌다. 삼성서울병원은 2014년 고위험 산모와 태아, 신생아에 대한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도록 다학제 진료 기반 모아집중치료센터를 개소했다. 예랑이와 같은 아기를 한 명이라도 더 많이 살리기 위해서다.

예랑이의 기적도 모아집중치료센터(모아센터)의 그간 경험이 빛을 발한 결과다. 개인병원에 다니던 예랑이 엄마는 심한 자궁내태아발육지연 및 임신중독증으로 국내 한 대학병원을 거쳐 삼성서울병원으로 전원됐다.

예랑이 엄마는 혈압이 점차 치솟고, 복수까지 차오르는 전형적인 전자간증 증세를 보였다. 전자간증(Pre-eclampsia)은 임신 중 발생하는 고혈압성 질환으로 임부와 태아 모두를 위태롭게 하는 대표적인 임신 관련 질환이다.

모아센터 의료진의 마음도 급해졌다. 산부인과 오수영 교수, 함수지 임상강사 등 고위험산모팀은 예랑이 엄마의 증세를 완화하기 위해 마그네슘을 투여하는 등 예랑이의 안전한 출산을 준비했다.

▲예랑이는 2024년 4월 22일 국내에서 가장 작은 몸무게(260g)으로 태어났다. 예랑이는 출생 직후 신생아중환자실로 옮겨져 24시간 집중 관리를 받았다. (사진제공=삼성서울병원)
▲예랑이는 2024년 4월 22일 국내에서 가장 작은 몸무게(260g)으로 태어났다. 예랑이는 출생 직후 신생아중환자실로 옮겨져 24시간 집중 관리를 받았다. (사진제공=삼성서울병원)

예랑이는 너무 작아 의료진들이 제왕절개수술을 결정하기까지 고심을 거듭했다. 걱정과 기대가 교차하는 가운데 예랑이는 엄마가 입원한 지 나흘 만인 4월 22일 태어났다. 두꺼운 자궁벽을 뚫고 조심스레 꺼낸 예랑이는 집도의였던 함수지 임상강사의 손바닥 크기에 불과했다.

예랑이는 출생 직후 호흡부전, 패혈성 쇼크로 인하여 인공호흡기 치료, 항생제, 승압제, 수혈 등의 고강도의 치료가 필요했다.

첫 번째 고비는 생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태변으로 장이 막히면서 시작됐다. 수술을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작았다. 소아외과에서 매일 예랑이를 살피는 가운데 신생아팀의 양미선, 황지은, 박성현, 이나현 교수가 매일 조금씩 태변을 꺼내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

예랑이가 신생아중환자실에 온 날부터 줄곧 지정의로서 치료했던 양미선 교수는 당시를 회상하며 눈시울이 붉어졌다. 양 교수는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 모두 예랑이가 첫 변을 본 순간을 잊지 못한다”며 “예랑이가 반드시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더욱 강해졌다”고 말했다.

태변을 본 예랑이는 몰라보게 호전됐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호흡기를 떼고 자발호흡을 시작하고, 몸무게도 늘기 시작했다. 미숙아에 흔한 망막증도 안과에서 매주 망막검사를 진행하며 관리하자 큰 합병증 없이 무사히 넘겼다. 재활의학과에서 매일 구강 및 운동 재활치료를 하면서 기운도 활달해졌다. 예랑이에게 ‘일원동 호랑이’란 별명도 이때 붙었다.

신생아중환자실의 간호사들의 열정도 예랑이의 고군분투에 힘을 불어넣었다. 예랑이의 작은 몸에 필요한 영양과 약물 주입이 가능하도록 말초삽입형 중심정맥관을 확보하고, 고습도의 환경을 조성하면서도 이로 인한 감염을 예방하는 환경을 마련하는 데 신생아중환자실 전문간호사의 역할이 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2년 1·2차 신생아중환자실 적정성 평가 결과에 따르면 예랑이보다 조금 더 큰 500g 미만의 신생아도 생존율은 36.8%에 불과하다. 예랑이처럼 300g 미만으로 태어나면 생존한계 바깥 범위여서 생존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희박하다.

장윤실 삼성서울병원 모아센터 센터장은 “예랑이는 앞으로 태어날 모든 저체중 미숙아의 희망이 될 아이”라며 “의학적 한계 너머에서도 생명의 불씨를 살릴 더 많은 기회를 찾기 위해 모두의 관심과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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