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위기의 삼성? 경로는 ‘사회’였다

입력 2024-10-29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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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성공 뒤엔 거국적 기업지원
한국선 노조파업·기업 때리기 골몰
위기 자초한 사회 함께 반성문 써야

삼성전자가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반도체(DS) 부문 대표 명의로 ‘반성문’을 함께 내놨다. 실적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음을 인정하면서 “걱정을 끼쳐 죄송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엄중한 상황을 재도약의 계기로 만들겠다”라고 다짐했다. 위기 극복 방안으로는 기술경쟁력 회복과 조직문화 개선을 제시했다.

삼성의 반성문이 나오자 각계에서 그럴 줄 알았다는 질책이 쏟아졌다. 이들은 한결같이 비전의 상실, 혁신의 실종 그리고 리더십의 부재를 꼬집었다. 특히 거의 동시에 실적이 발표된 대만 TSMC와의 비교는 삼성에게 뼈저린 지적이었다.

TSMC의 3분기 실적은 32조3000억 원, 전년보다 37% 늘어났다. 반면 삼성전자의 매출은 79조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은 TSMC가 13조8000억 원으로 시장 예상치 12조7000억 원을 훌쩍 넘어섰다.

반면 삼성전자는 9조1000억 원으로 시장 예상치(10조9000억 원)에 미치지 못했다. 한마디로 TSMC가 ‘어닝 서프라이즈’를 즐긴 데 반해 삼성전자는 ‘어닝 쇼크’ 수준이었다. 시가총액 대비는 극명하다. 10월 22일 기준 삼성전자는 344조5000억 원, 반면 TSMC는 1445조5000억 원으로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한때 경쟁은커녕 비교 상대로도 여기지 않았던 TSMC의 약진을 보며 삼성전자가 반성문을 낸 것은 이례적이라기보다는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삼성전자가 반성문을 내고 더욱 노력한다면 이 위기는 극복할 수 있을까? 위기를 삼성전자가 자초했으니 극복도 삼성전자가 해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될 수 있을까? 물론 일차적으로는 삼성의 책임이 크다. 그러나 사람이 열병을 앓을 때는 감염된 부위도 중요하지만 경로도 중요하다. 위기의 경로는 우리 사회였다.

우선 한국 경제를 보자. 3분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분기에 비해 0.1% 증가하는 데 그쳤다. -0.2%였던 2분기의 역성장에 이어 ‘제로성장’ 수준에 머물렀다. 수출은 0.4% 줄고 수입은 1.5% 늘었다. 삼성이 위기라면 우리 경제의 위기는 삼성보다 몇 배나 더 크고 깊다 할 수 있다.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는데 한국의 경제 체력은 갈수록 고갈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정한 한국의 올해 잠재성장률은 2.0%, 우리보다 15배나 덩치가 큰 미국(2.1%)에도 뒤졌다. 이런데도 저성장 탈출을 위한 구조개혁에 대한 논의는 실종된 상태다.

TSMC는 거저 된 것이 아니다. 지난여름 대만 타이중 시(市)는 TSMC가 도시 전체 전력의 38%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반도체 공장을 짓는데 전기는 삼성이 알아서 확보하도록 했던 우리와 대비된다. 가뭄이 심했던 2019년에 대만 정부는 농사에 쓸 물까지 TSMC 공장이 있는 신주과학단지로 몰아줬다. 당장의 쌀농사보다 반도체가 더 중요하다는 데 주민들이 공감했기에 가능했다.

그런데 반도체 공장에 쓸 용수를 가져오려 하자 일 년이나 승인을 질질 끌어온 곳이 우리나라다. 대만은 일찌감치 반도체 입문교육을 고등학교 필수과목으로 도입했다. 당연히 관련 학과가 많아지고 인재 규모가 커졌다. 온 국민이 의대에만 매달리는 우리와 너무나 대조적이다.

기업에 대한 지원을 오랫동안 실천하자 대만의 주가지수는 1년 사이 43% 올랐다. 온 국민이 기업성장의 과실을 향유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끊임없이 기업에 매질을 한 우리의 결과는 삼성전자의 손실 투자자 비중을 95%까지 올렸다. 기업을 때려대니 그 고통을 국민이 짊어지고 있는 셈이다.

나라의 비전이 실종되고 있으니 기업 내부에서도 총질이 계속된다. 반도체 공장은 365일 24시간 내내 가동되어야 하는 특수시설임에도 삼성전자 노조는 보너스 미지급을 이유로 파업을 하기도 했다. 반면 TSMC는 1987년 창업된 이래 파업은 물론 노조 자체가 아예 없다. TSMC 직원이라면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서다.

이런 상황에서 삼성의 반성문은 그 한계가 명확하다. 삼성이 반성문을 쓴다면 우리 사회도 반성문을 같이 써야 한다. 그래야 삼성의 위기가 극복되고 그 성과를 우리 사회가 같이 누릴 수 있다.

일본의 시가총액 1위 간판기업인 도요타 자동차의 도요다 아키오 회장은 “지금의 일본은 힘내려고 하지 않는다”라며 “일본을 사랑하는 내가 탈출을 고려하는 것은 정말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의 반도체 핵심기업 ASML은 지난해 본사의 해외이전 의사를 내비쳤다. 혁신 인재를 데려올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삼성전자의 혁신이 최후의 수단으로 본사 해외이전으로 귀결된다면 어떻게 될까? 과반이 넘는 외국인 지분율을 감안하면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기업 두드리기에 지친 경영진이 선택하지 못할 바도 아니다. 우리는 삼성전자만이 아니라 사회 모두의 반성문을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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