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는 살아났는데…인력 이탈에 인재 양성도 차질 [흔들리는 원전 르네상스]

입력 2024-10-29 14:24 수정 2024-10-29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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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울 원전 3·4호기 착공 및 24조 원 체코 원전 수주 등 원전 업계 부활
아마존·구글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 에너지 확보 위해 원전 주목
탈원전 정책 이후 원전 인력 이탈 현상 커…인력 충원 시급
정부, 흔들림 없는 원전 정책 추진 '약속'…원전산업 지원 예산 확대

지난 정부 탈원전 정책으로 고사 위기에 몰렸던 원자력 발전 업계가 최근 '원전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면서 신한울 원전 3·4호기 착공, 24조 원 규모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 일거리가 넘쳐 나며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아마존, 구글과 같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구동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원전에 손을 뻗는 등 원전 시대가 도래했다.

문제는 지난 정부의 탈원전 정책 여파로 국내에 원전 인재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특히 당시 불확실한 미래 탓에 인재들이 원전 관련 학과를 찾지 않아 인재 양성까지 차질을 빚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원전산업 지원 특별법안을 발의하고, 정부 역시 흔들림 없는 원전 정책 추진을 약속하며 예산을 늘리는 등 원전 생태계 회복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 탈원전 정책 폐기 후 국내·외에서 부는 원전 훈풍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이 7월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체코 신규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은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연합뉴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이 7월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체코 신규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왼쪽은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연합뉴스)

윤 정부는 출범 이후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면서 원전 생태계 복원에 사활을 걸었다. 대표적으로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재개를 들 수 있다.

신한울 3·4호기는 1400MW(메가와트)급 원전 2기를 짓는 사업이다.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백지화됐다가 지난달 8년 만에 착공에 돌입했다. 공사기간은 착공일로부터 약 115개월이다. 3호기는 2032년 10월, 4호기는 2033년 10월 준공 목표다. 약 11조7000억 원의 공사비가 투입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국내 원전 업계에 적지 않은 일감을 제공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체코 원전 건설 사업의 사실상 수주도 원전 생태계 부활의 기폭제가 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주축이 된 '팀코리아'는 7월 24조 원에 달하는 체코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에 거둔 원전 수출 성과다. 특히 체코 정부가 추후 2기의 추가 건설에 나설 때 한국의 수주 가능성도 큰 데다 유럽으로의 원전 수출 포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를 계기로 폴란드와 네덜란드, 루마니아 등 줄줄이 예정된 유럽시장 원전 수출 경쟁에서도 우위를 선점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원전 르네상스'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이달 미국 에너지 기업인 도미니언 에너지와 소형 원자로 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의 AI 데이터센터 구동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회사는 두산에너빌리티를 포함한 한국 기업과도 협력 관계에 있어 국내 원전 사업 기회 확대도 기대된다.

구글 역시 아마존 발표 하루 전날 첫 번째 원전 전력 구매를 계약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MS)도 지난달 미국 원자력발전 1위 기업인 콘스텔레이션 에너지와 데이터센터에 20년간 전력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 탈원전 정책 여파 여전…인력 이탈에 인재 양성도 차질

▲울진군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의 신한울 3·4호기 건설 부지.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울진군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의 신한울 3·4호기 건설 부지. (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관건은 우리가 이와 같은 '원전 르네상스를 맞이할 준비가 됐는가' 이다. 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 여파는 여전하다. 원전 인력 이탈 현상 심화로 일할 사람이 부족한 데다 원자력 관련 학과 지원자 감소 등 미래를 책임질 인재 양성도 차질을 빚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 따르면 2016년에도 2만4385명으로 부족하다고 평가받던 원전 기술직 직원은 탈원전을 겪으면서 2만1266명으로 13%나 줄었다.

특히 탈원전 정책 발표 이후 대학 수험생들이 원자력 관련 학과에 지원을 기피하는 상황까지 발생하기까지 했다. 실제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재학생 수는 2017년 151명에서 꾸준히 줄어 2021년 127명까지 감소했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최근 열린 '원전 생태계 활성화 방안 정책 토론회'에서 "탈원전으로 인해 원전 공급망이 붕괴됐으며 신한울 3·4호기는 건설이 중단되는 등의 문제들을 겪었다"라며 "불안한 원전 생태계에 미래 인력이 될 대학생들은 원자력 관련 학과를 기피하면서 인력 충원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원자력산업을 회복시키기 위해 국내 신규 원전 건설 확대를 통한 공급망 투자를 유도하고, 해외 공급망과의 전략적 협력 및 국내 원전산업 안정화와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 정치권은 원전산업 지원 특별법안 발의…정부는 정책 유지 약속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9월 10일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를 찾아 교수진 및 학생과 '원자력 전공생과의 대화'를 열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9월 10일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를 찾아 교수진 및 학생과 '원자력 전공생과의 대화'를 열고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우리나라가 글로벌 원전 르네상스를 누리기 위해 원전 인력 충원 등 원전 생태계 복원을 위한 정치권과 정부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이철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은 23일 국가 차원의 원전산업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원전산업 지원에 관한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원전산업 지원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및 이행 근거를 마련하고, 안정적인 재원 확보를 위해 원전산업 발전 기금을 설치하는 내용과 함께 기술 개발, 인력 양성, 세제·금융 지원 등 원전 생태계 종합 지원 시책이 골자다.

이 위원장은 "세계 원전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흔들림 없는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특별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K-원전의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흔들림 없는 원전 정책 추진을 약속하고, 관련 예산을 늘리며 원전 강국 비전 실현을 위해 노력 중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10일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찾아 "탄소중립의 핵심 대안인 원전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전공생 역할과 연구의 중요성도 확대될 것"이라며 "정부가 추진 중인 원전 건설·운영, 소형모듈원전(SMR) 기반 구축, 원전수출 등에 맞춰 전공생들이 다양한 진로를 설계해 나가고 유망 연구에도 매진할 수 있도록 예산 확대 등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는 원전생태계 융자지원(500억 원 증액), 유망 원전기업 성장지원 펀드 조성(400억 원 신규) 등 원전산업 지원 예산이 올해 7615억 원에서 내년 7923억 원으로 증액 반영됐다.

나용수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학과장은 "외부 환경과 무관히 우수 원자력 인재를 일관되게 양성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과 지속 가능한 연구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정부에 당부했다.

이에 안 장관은 흔들림 없는 원전정책 추진과 산업 지원을 위한 '2050 원전산업 로드맵'을 수립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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