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주선 칼럼] 개정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 보험업에 미치는 영향

입력 2024-10-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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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선 강남대 정경대학 교수(한국보험학회 회장, 법학‧철학 박사)

금융회사지배구조법, 7월부터 시행
‘책무구조도’ 도입…책임소재 분명
경영진에 내부통제 관리의무 부여
불완전판매‧횡령 사건 간과 말아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은 금융회사의 건전한 경영과 금융시장 안정성, 예금자 등을 포함한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올해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해당 법률은 금융회사 내부통제와 위험관리가 효과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기존의 내부통제 기준 마련의무 외에 금융회사 대표이사와 경영진에게 기준이 적정한지 여부, 임직원의 기준 준수에 대한 사항 및 기준의 작동 여부 등을 상시 점검하는 내부통제 관리의무 등을 부과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금융회사의 책무구조도 마련‧제출 의무(법 제30조의 3)’, ‘임원 및 대표이사 등의 내부통제 관리의무(법 제30조의 2 및 제30조의 4)’, ‘제재 및 책임감면(법 제35조의 2)’, ‘이사회의 내부통제 감시역할 강화(법 제15조 및 제16조)’ 등을 들 수 있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상 새롭게 도입되는 책무구조도는 보험회사 임원의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하고, 대표이사 및 임원에게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부여하는 기능을 하게 된다. 책무구조도 도입은 내부통제와 기준의 운영 및 준수과정을 규율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다.

이제 보험회사는 자산규모에 따라 1년 내(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보험회사) 또는 2년 내(자산총액 5조원 미만)에 책무구조도를 마련해야 하며, 대표이사와 책무구조도에 따른 임원은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부담해야 한다.

여타 금융회사와 달리, 보험사는 횡령 등의 금융사고보다 보험상품 판매 관련 감독당국의 제재 또는 소비자 민원 예방에 문제 발생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개정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 보험업계에 주는 영향력을 들여다본다.

첫째, 불완전판매와 관련된 관리와 책임 문제 관련 사항이다. 보험영역에서 불완전판매를 근절해야 하는 과업은 영원한 숙제 중의 하나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담당 임원의 책무구조도에는 ‘판매수수료 제도 및 전략 수립이 과다한 경쟁을 예방하기에 충분한 것인지’, ‘채널 소속 설계사에 대한 주기적 교육을 통해 완전판매문화 정착에 기여하고 있는 것인지’, ‘판매채널이 내부통제 수준을 자체 점검할 수 있도록 절차가 수립되어 있는지’ 등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담당 임원은 자신의 책무와 관련해 내부통제가 효과적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대표이사는 내부통제 전반의 최종책임자로서 총괄적인 관리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다만 책무구조도 도입은 완전판매 문화가 정착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겠지만, 경영활동에 있어 상당한 위축과 함께 모험적인 경영의 역동성은 쉽게 발견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보험대리점(GA) 영향력과 부작용에 대한 조치에 관한 사항이다. 옛 보험업법은 보험계약자가 GA를 통해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불완전판매로 손해를 입었을 경우 단지 보험회사에만 책임을 물 수 있었고, GA는 불법행위로 인한 책임만이 문제시됐다.

하지만 제정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은 GA도 금융소비자에 대해 직접 책임을 부담하는 체계를 갖게 됐다. 그렇다면 만약 GA에서 발생하는 불완전판매에 대해 누가 책임을 부담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이 제기될 수 있다.

GA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의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규모 설계사 조직을 보유‧운영하고 있지만, 보험회사만큼의 내부통제를 운영하는 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실정이다. 현재 GA는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고 준법감시인을 의무적으로 두는 ‘마련’의 의무만 있다.

일반적인 보험회사와 대리점의 관계라면 보험회사 임원이 책임을 지는 게 타당할 것이다. 하지만 보험회사를 좌지우지하는 대형 GA라면, 즉 양자의 갑을 관계가 전도된 경우라면, 이러한 책임구조를 받아들이는 것이 타당할지 의문이다. GA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과 함께 내부통제의 공백을 보완하는 정책이 요구된다.

셋째, 보험회사의 규모에 따른 합리적인 책무구조도 마련과 운영을 들 수 있다. 대형 보험회사의 경우 책무구조도나 내부통제 준비에 신속한 대처가 이뤄질 것이다.

하지만 중소형 보험회사의 경우 책무구조도를 준비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겠지만 향후 이를 이행할 수 있는 내부 관리체계를 수립하는 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왜냐하면 책무구조도 운영이나 관리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 이전과 비교해 인적 또는 물적 자원의 지원이 훨씬 더 요구되기 때문이다.

중소형 보험회사의 경우 대형 보험회사에 비해 다양한 영역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회사의 특성이나 조직문화에 기반으로 고위험영역에 대해 중점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자체적인 수립방안과 함께 규모에 따른 합리적인 운영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2016년 제정된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은 금융회사에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할 의무를 부여했으나, 파생결합펀드(DLF), 라임 등 사모펀드의 불완전판매와 직원의 은행 돈 횡령 사건 같은 내부통제 실패 사례의 지속적인 발생이 이번 개정 법률로 나타났다.

보험영역이 아닌 다른 금융권의 사례로서 간과하지 말고 보험영역과 관련해서 발생할 수 있는 여타의 사례, 즉 공정한 보험금 지급을 위한 제도 등의 체계 정비나 보험상품과 관련된 기초서류점검 관련 내부통제 등 역시 실무에서 소홀히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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