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 그리고 라틴 아메리카에서의 한국 문학 보급

입력 2024-10-22 13:31 수정 2024-10-2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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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 솔리스 카스테녜다 주한 과테말라 대사
한국·과테말라 수교 62주년 맞아 특별 칼럼
‘춘향전’ 과테말라에 소개한 작가 고메스 카리요 소개
“한국 문화, 스페인권에 알리는 선구적 역할”

▲사라 솔리스 카스테녜다 주한 과테말라 대사. 사진 제공 주한 과테말라 대사관
▲사라 솔리스 카스테녜다 주한 과테말라 대사. 사진 제공 주한 과테말라 대사관
24일 자로 한국과 과테말라가 수교 62주년(1962~2024년)을 맞는다. 이에 사라 솔리스 카스테녜다 주한 과테말라 대사가 22일 본지에 특별 칼럼을 기고했다.

다음은 대사의 칼럼이다.

과테말라와 대한민국의 수교 62주년을 맞아 잘 알려지지 않은 측면을 강조할 필요가 있는데, 바로 대한민국 건국 이전부터 중남미에서 한국 문학의 보급에 기여한 과테말라의 초기 공헌이다.

이 노력은 과테말라 작가이자 외교관인 엔리케 고메스 카리요(1873~1927년)가 주도했다. 그는 1906년 한국 민속의 전통적인 이야기이자 판소리 서사의 하나인 춘향전을 다룬 ‘향기로운 봄(프랑스어판 춘향전 제목)’을 (스페인어로) 번역하고 해설한 인물이다. 그의 공헌으로 두 지역 사이에 문화적 가교가 마련됐고, 가교는 202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과 같은 현대 작가들에 의해 더욱 강화되고 있다.

‘연대기의 왕자’로 유명한 고메스 카리요는 과테말라 작가이자 언론인, 외교관이었고 그가 작업한 책만 40권이 넘는다. 그는 1905년 증기선 ‘시드니’ 호를 타고 동양을 여행하던 중 배 안에 있는 도서관에서 춘향전을 발견했다. 그리고 여주인공 춘향의 매력에 사로잡혔다. 문화적 풍요로움에 매료된 고메스 카리요는 춘향전을 읽었을 뿐 아니라 다시 썼고, 여행 연대기를 통해 스페인어권 독자들과 이를 공유했다.

모더니즘적 시각을 통해 그는 한국식 서사를 이국적인 문화 영역의 하나로 제시했고, 당시 서구에선 잘 몰랐던 한국을 라틴 아메리카와 스페인의 많은 독자가 탐구하도록 했다. 프랑스어로 쓰인 한국 전통 작품을 라틴 아메리카로 가져와 당시의 모더니즘적 감성에 맞게 각색하는 등 두 세계를 잇는 가교 구실을 했다.

고메스 카리요의 춘향전 번역본은 스페인어로 한국 문학에 가장 먼저 다가간 작품 중 하나다. 프랑스어판을 원작으로 한 그의 작품은 스페인어권 독자들이 춘향의 전설적인 사랑 이야기를 알 수 있게 해줬고 모더니즘 미학 특유의 뉘앙스를 불어넣었다.

고메스 카리요의 유산은 단순히 번역을 넘어 문화적 재해석의 결과물이다. 자신의 개입이 없었다면 한국의 풍부한 문학 전통을 접하지 못했을 독자들에게 모더니즘 스타일로 한국 전통 서사를 전달했다. 그의 글로벌한 시각과 동양 문화를 이해하는 능력은 과테말라와 한국 사이에 지속적인 문화적 유대를 구축했다.

한 세기가 지난 오늘날 한국 문학은 전 세계 주목을 계속 받고 있다. 최근 한국 작가 한강에게 수여된 2024년 노벨문학상은 세계와의 연관성을 증명해준다. 이러한 맥락에서 고메스 카리요 같은 인물들이 라틴 아메리카에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있어 선구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을 알아주면 좋겠다.

고메스 카리요로 시작된 과테말라와 한국의 문학적 인연은 양국을 하나로 묶어 깊은 문화적 유대를 보여주는 강력한 상징으로 남아있다. 과테말라와 한국의 수교 62주년을 맞는 지금의 역사는 문학 교류의 모범이 될 뿐 아니라 문화 외교의 힘을 보여주는 증거가 돼 그 어느 때보다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고메스 카리요의 유산은 어떻게 예술과 문학이 국경을 초월하고 국가들 사이에 지속적인 다리를 만들며 상호이해를 증진해 궁극적으로는 양국 관계를 강화하는 데 기여하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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