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도 증시 상장 현대차 韓 진출 마중물 되길

입력 2024-10-21 18:44 수정 2024-10-21 1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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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인도법인이 22일 인도 증권시장에 상장한다. 현대차는 인도법인 주식 8억1254만 주 가운데 17.5%(1억4219만 주)를 신주 발행 없이 구주 매출로 공개매각했다. 기업공개(IPO) 주식배정 청약 결과 기업가치는 190억 달러(약 26조 원) 규모로 평가됐다. 현대차의 국내 증시 시가총액(49조8400억 원)의 절반이 넘을 정도로 투자자들의 높은 기대를 반영한다.

현대차 인도법인 상장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국내 대기업이 해외 자회사 지분을 현지 증시에 직상장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IPO로 조달한 자금은 33억 달러(약 4조5000억 원)에 달한다. 인도 IPO 역사상 가장 많다. 싱가포르 정부와 세계 최대 투자회사 블랙록 등 기관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한 성과다.

현대차는 인도 시장을 품기 위해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1996년 인도법인을 설립한 후 타밀나두주(州) 첸나이 공장 2곳을 주요 거점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2016년 연간 판매량 50만 대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엔 역대 최대인 60만2111대를 팔았다. 올해는 9월까지 45만9411대를 판매하는 등 기록 경신을 노리고 있다. 생산능력도 확대하는 중이다. 지난해 제너럴모터스(GM)에서 인수한 마하라슈트라주 푸네 공장의 첨단 설비 개조가 내년 하반기 완료되면 인도에서만 100만 대 생산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기아까지 합하면 현대차그룹은 현지에서 연간 150만 대까지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인도를 세계 최대 해외 생산기지로 육성하겠다는 목표에 성큼 다가서는 것이다.

인도는 중국,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자동차 시장이다. 현대차는 이곳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인 전기자동차 시장 선점에 주력하며 1위 업체와의 격차를 좁혀나가고 있다. 연말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양산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5개의 전기차 모델을 투입한다. 현지 업체가 생산한 배터리를 탑재하고, 전기차충전소 등 인프라 확대에도 힘쓴다. 이러한 미래가 담긴 밑그림이 잘 채워지려면 자금력은 필수적이다. 이번에 IPO로 조달한 4조5000억 원의 가치가 자본 이상의 의미를 지닌 이유다.

현대차가 남길 발자국들은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인구(14억5000만 명) 대국이자 매년 7~8%씩 성장하는 인도는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인구의 약 68%가 소비 지출이 많은 15∼64세의 경제활동 가능 연령대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현대차 IPO로 확인된 인도의 높은 시장가치 평가가 글로벌 기업들의 줄상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후보군으로 LG전자 인도법인을 거론하기도 했다.

정부와 국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메이크 인 인디아’(인도에서 제조하라)로 대표되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친기업 정책이 지속되고 있지만, 올해 선거에서 집권당인 인도국민당(BJP)이 단독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한 것은 불확실성을 키운다. 낮은 노동 숙련도, 극심한 빈부 격차, 각종 규제 등 주의해야 할 고질적인 문제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 기업 홀로 뛰게 해선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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