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소비 미약한 흐름, 건설투자 부진에 내수 회복 지연"
최근 한국 경제가 양호한 수출 흐름을 보이지만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경기 개선이 제약되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진단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0일 발표한 '경제 동향 10월호'에서 "정보통신기술(ICT) 품목의 높은 수출 증가세와 함께 제조업 생산이 일시적 조정에서 벗어나면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면서도 "미약한 상품 소비, 건설투자의 부진 등으로 내수 회복은 지연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동지역 분쟁이 격화하면서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KDI는 "생산설비 정비, 임금 협상 등에 따른 자동차 생산 차질이 완화되며 생산과 출하가 증가하는 등 제조업은 회복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건설기성 감소세가 지속했고 선행지표의 누적된 부진을 고려하면 당분간 건설투자는 부진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한 서비스 소비 증가세가 이어지고 고금리 기조로 소매판매 감소세는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8월 전산업생산은 건설업 위축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 오르며 직전 달(7월·2.3%)보다 증가 폭이 축소됐다. 그러나 제조업이 일시적 조정에서 벗어나며 계절조정 전월 대비로는 1.2% 증가했다. 광공업생산(5.2%→3.8%)은 자동차 생산 차질이 완화하면서 높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계절 조정 전월 대비로도 4.1% 증가하며 전월(7월·-3.9%)의 부진을 만회했다.
제조업은 재고율(115.1%→110.5%)은 하락하고 평균가동률(71.1%→74.3%)은 상승하는 등 회복세가 이어졌다. 제조업생산과 수출은 양호한 흐름을 보였지만 건설투자 부진으로 내수 회복은 지연됐다.
수출은 ICT 품목의 높은 증가세에 힘입어 양호한 흐름을 지속했다. 지난달 수출은 조업일수 감소로 전월(8월·11.2%)보다 증가 폭이 축소된 7.5% 증가를 기록했다. 그러나 일평균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12.9% 증가하며 전월(8월·13.6%)과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소비는 상품소비를 중심으로 미약한 모습을 보였다. 세부적으로 보면 승용차(-4.1%), 가전제품(-4.4%), 통신기기 및 컴퓨터(-14.1%), 의복(-3.5%) 등 대부분 품목에서 부진했다. 다만 서비스소비는 숙박⋅음식점업의 부진이 완화되면서 완만한 증가세를 보였다.
설비투자는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으나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기계류 증가세는 완만한 수준에 머물렀다. 다만 KDI는 "선행지표가 전월 큰 폭의 증가에서 조정됐으나 반도체 관련 선행지표에서는 긍정적 신호도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건설투자는 건축부문의 감소세가 확대되면서 부진이 지속하고 있으나 선행지수에는 일부 긍정적 신호도 나타났다. 8월 건설기성(불변)은 건축부문을 중심으로 전월(7월·-5.2%)보다 감소 폭이 확대된 -9.0%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KDI는 "선행지수의 부진이 완화되고 있으나 지난해 이후 누적된 건설수주 감소가 시차를 두고 파급되면서 당분간 건설투자의 위축된 흐름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큰 폭으로 내렸다. 9월 소비자물가는 1.6%로 전월(8월·2.0%)에 이어 상승세가 빠르게 둔화한 모습이다. 다만 최근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갈등 격화로 국제유가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KDI는 설명했다.
세계 경제는 물가 상승세 둔화와 정책금리 인하 기조가 이어지면서 완만한 성장세가 유지되고 있다. 9월 국제유가는 주요국의 수요 부진으로 전월(8월)에 이어 내림세를 지속했다. 다만 이달 들어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 불확실성은 확대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