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등장에 도파민 폭발” 넷플릭스 세트장 방불…에버랜드는 지금 ‘블러드시티’[가보니]

입력 2024-09-25 11:00 수정 2024-09-2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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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 학교는ㆍ기묘한 이야기’ 등 넷플릭와 협업...1만㎡ 야외 테마존 구현

드라마 세계관 몰라도 '재미' 충분…호러메이즈ㆍ라이브공연 등 몰입감 생생

▲에버랜드 '블러드시티'에 마련된 시그니처 게이트 (사진제공=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에버랜드 '블러드시티'에 마련된 시그니처 게이트 (사진제공=삼성물산 리조트부문)

깜깜한 어둠, 불 꺼진 학교 교실에서 누군가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공포감이 온 몸에 엄습한다. 학창시절에나 봤던 낡은 책걸상들이 산처럼 쌓여있고,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르는 사람들의 형상이 곳곳에서 출몰한다. 멀리서 칠판을 긁는 듯한 신경질적인 소리도 들린다. 양호실과 도서관, 과학실을 지나 출구를 찾아야 하는데 앞이 보이지 않는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등 뒤에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진다.

24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 있는 에버랜드의 초대형 넷플릭스 체험 팝업 '블러드시티' 현장. 그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추천을 받은 '호러메이즈'를 찾았다. 글로벌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에서 전 세계적으로 높은 인기를 끈 '지금 우리 학교는(지우학)'을 세계관에 반영해 이곳 자체가 드라마 배경인 '효산고등학교'였다. 이날 초면에 공포체험을 함께 한 5명은 입장 1분도 채 되지 않아 외마디 비명(?)과 함께 '친구'가 됐다.

이날 방문한 에버랜드는 놀이공원이 아닌 마치 하나의 큰 영화 세트장과 같았다. 11월 17일까지 두 달여 간 넷플릭스 인기 IP(지식재산권) 시리즈인 '지우학'과 '기묘한 이야기' 세계관으로 꾸며져 있었다. 오픈 3주차지만 방문객들의 생생한 체험 후기와 인증샷이 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현장 반응은 뜨거웠다. 블러드시티에 대한 온라인상 언급은 전년 대비 7배 이상 급증했고,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영상 조회수는 1000만 뷰를 돌파했다.

과거에도 넷플릭스 체험존이 신작 중심의 팝업 형태로 운영된 적은 있지만, 초대형 야외 공간에 공간 연출과 공연, 이벤트, 식음, 굿즈 등이 어우러진 복합존으로 장기간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유명한 IP와의 컬래버인 만큼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잇따르고 있다. 블러드시티 개장 이후 에버랜드를 방문한 외국인 방문객 수는 전년 대비 약 2배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에버랜드 블러드시티는 이미 1030세대 사이에서 가을 '핫플레이스(핫플)' 대명사가 된 지 오래다. 2017년부터 핼러윈 데이를 전후해 실감 나는 테마파크 체험행사가 진행되면서 매년 이 행사를 준비하는 젊은 층들도 적지 않다. 조명과 음악, 특수효과가 버무려진 좀비 체험 행사에 더해 좀비 드라마 세계관까지 더해진 만큼 몰입감은 여느 때보다 최고조로 평가된다. 실제 마을처럼 꾸며진 '지우학' 테마 체험공간에서는 좀비에게 점령당한 효산고등학교와 폐허가 된 건물, 급식실, 상점가 등의 모습으로 실감 나게 연출됐다.

그뿐만 아니라 넷플릭스의 SF 스릴러 호러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테마 체험존에서는 1980년대 미국 당시 레트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현장에서 흘러나오는 80년대 음악 뿐 아니라 스타코트 몰과 지하 비밀기지, 뒤집힌 세계 등 다양한 공간도 조성했다. 드라마 속 메인 빌런인 마인드 플레이어(The Mind Flayer) 조형물도 약 7m 높이로 조성돼 포토스팟으로도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또 하나 놓칠 수 없는 볼거리는 매일 저녁 펼쳐지는 블러드시티 라이브공연이다. 특설무대에서는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효산고 학생들의 탈출기를 다룬 '지우학' 원작 스토리를 라이브 쇼로 선보인다. 이를 통해 남라, 청산, 온조 등 드라마 캐릭터뿐 아니라 교실 창틀을 두고 좀비들과 대치하는 드라마 속 명장면을 생생하게 재현했다. 특히 무대에 선 캐릭터들의 군무가 유독 돋보였다.

이 밖에도 드라마 배경인 효산고의 피 묻은 교복을 직접 빌려 입거나 좀비 분장을 한 채로 현장을 즐길 수 있다. 좀비 분장을 한 관람객들과 돌발적으로 등장한 좀비 연기자들이 한데 어울려 인증샷을 찍는 모습도 보는 재미가 있고 급식실(지우학), 스쿱스 아호이 아이스크림 트럭(기묘한 이야기) 등 드라마 세계관 속 다양한 굿즈와 특별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이를테면 지우학 스페셜 급식세트 음료 메뉴로 좀비에 물렸을 때 마시는 '과학쌤의 해독에이드'와 '급식실 복숭아에이드'가 마련돼 있다.

좀비가 곳곳에서 출몰하는 체험 현장이라고는 하나 어린 자녀들과 함께 현장을 즐기는 가족 단위 방문객도 상당수였다. 이번 블러드시티 구현을 총괄한 박주현 에버랜드 그룹장은 "과거에는 부모님들이 자녀들에게 좀비 등 무서운 것은 못 보게 하는 분위기가 높았다면 요즘에는 크게 개의치 않고 축제 현장을 함께 즐기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이날 수학여행 차 방문했다는 김하은, 이다솜, 김민정 학생(구미 비산초등학교 6학년)은 "오후 3시부터 5시간 동안 놀았는데 너무 재미있다. 특히 라이브공연과 현장에서 본 좀비들이 진짜 같아서 신기했다"고 체험 소감을 밝혔다. 이들은 또 "공포 체험인 호러메이즈는 중학생부터 입장 가능하다고 해서 들어가 보지 못해 아쉽다"면서 "집에 돌아가면 (지우학) 드라마를 찾아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25일 에버랜드 '블러드시티'에서 진행한 '지금 우리 학교는(지우학)' 좀비 포토타임 (사진제공=삼성물산 리조트부문)
▲25일 에버랜드 '블러드시티'에서 진행한 '지금 우리 학교는(지우학)' 좀비 포토타임 (사진제공=삼성물산 리조트부문)

박주현 그룹장은 "체험객들이 보다 직관적으로 드라마를 만나고 다양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방점을 뒀다"면서 "요즘 대세가 컬래버인 만큼 쉽고 익숙한 IP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런 드라마들을 최대한 현장에 많이 녹이는 데 힘을 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가을 넷플릭스와 함께 만든 블러드시티에서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한 스릴과 재미를 통해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가시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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