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공시 100일…거래소, 1350곳·1826명 만나 지원활동

입력 2024-09-05 15:41 수정 2024-09-05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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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밸류업지원부 신설…본격적 밸류업 공시 지원 활동 나서
자문단 만들고 7차례 회의 의견수렴…대·중견기업, 외국계 증권사, 금융사 등과 간담회
이달 말 '밸류업 지수' 발표…10대그룹 계열사 참여 확대 숙제

▲22일 '기업 밸류업을 위한 10대그룹 간담회'에 참석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앞줄 왼쪽 세번째)과 10대그룹 재무담당 임원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사진=한국거래소)
▲22일 '기업 밸류업을 위한 10대그룹 간담회'에 참석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앞줄 왼쪽 세번째)과 10대그룹 재무담당 임원들이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사진=한국거래소)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 거래소가 중심을 잡고 적극 추진하겠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올해 2월 취임하며 ‘취임일성’으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을 강조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가 시작된지 이달 6일로 100일을 맞았다. 그동안 거래소는 세미나, 간담회, 교육과정 등 상장기업 지원 활동을했고, 이달 말에는 밸류업 지수도 공개할 예정이다. 주요기업들의 밸류업 프로그램 참여가 부족한 점은 과제로 꼽힌다.

기업·장소 가리지 않고 밸류업 참여 당부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거래소는 밸류업 공시가 시작된 5월 27일부터 8월까지 기관과 기업 총 1353곳, 1826명을 만났다. 거래소는 2월 경영지원본부 아래 밸류업 전담 부서인 기업밸류업지원부를 신설하며 본격적인 밸류업 공시 지원 활동에 나섰다.

거래소는 2월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1차 세미나를 시작으로 8월 말까지 38차례에 걸쳐 상장기업 지원 활동을 펼쳤다. 1차 세미나에서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수립·이행 소통 지원 △기업가치 우수기업에 대한 시장평가 및 투자 유도 △전담 지원체게 구축 등을 골자로하는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의 세부내용을 발표했다.

3월에는 학계, 투자자, 기업·유관기관 등으로 구성된 기업 밸류업 자문단을 만들고, 시장 참여자의 의견을 수렴했다. 9월 초까지 7차례에 걸쳐 회의를 열었다. 이어 자산 10조 원 이상 코스피 상장기업 간담회를 시작으로, 외국계 증권사, 중견기업, 재계 10대 그룹, 코스닥 상장기업, 금융회사 등과 간담회를 연이어 진행했다. 상장사 사내·사외이사, 공시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워크샵과 설명회도 이뤄졌다. 거래소는 하반기에도 상반기에 준하는 수준의 상장기업 지원 활동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일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일지

정은보 이사장은 대상을 가리지 않고 기업들에 밸류업 참여를 부탁했다. 5월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기업들의 동참을 요구했고, 주요 대기업 상장사들의 전략·재무담당 임원들을 만나 “우리 증시의 든든한 버팀목인 10대 그룹부터 밸류업 프로그램에 선도적으로 참여해 주기를 바란다”며 협조를 당부했다. 일본 도쿄, 뉴욕, 캐나다 토론토, 홍콩·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UAE), 영국 등을 방문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시장 투자 확대를 요청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거래소를 찾아 거래소의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에 힘을 실어줬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국내외서 기업들의 밸류업 참여를 부탁하며 지원사격했다.

10대그룹 참여 확대는 과제

밸류업 공시 활성화를 위한 남은 과제도 산적해 있다. 현재까지 기업가치 제고 계획 및 예고 공시한 기업수는 총 31곳이다. 국내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기업수 2595개의 1%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10대 그룹(삼성·현대자동차·SK·포스코·신세계·GS·LG·HD현대·한화·롯데) 중 밸류업 계획을 밝힌 곳은 현대차, LG, 포스코그룹 정도다.

가장 적극적인 밸류업 방안을 밝힌 그룹사는 현대차다. 시장에서는 현대차의 주주환원책이 저(低)주가순자산비율(PBR) 기업이 가장 많은 금융사와 비교해도 기대 이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3년간 배당금을 25% 늘리고 자사주 약 4조 원을 매입해 일부는 소각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분기 배당금을 주당 2000원에서 2500원으로 늘리면서 연간 주당 최소 배당금을 1만 원으로 제시했다.

지주사 LG는 지난달 29일 5000억 원 규모의 LG전자 주식(약 203만 주)과 LG화학 주식(약 96만 주)을 두 차례에 걸쳐 장내매수 방식으로 취득한다고 공시했다. 지주사가 계열사 주식을 취득해 유통주식 수가 줄면 그만큼 주당 가치가 높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LG는 자기주식 활용 방안을 포함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이사회에서 논의 후, 수립한 결과를 바탕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오는 4분기 중 공시할 예정이다.

포스코 그룹 계열사는 밸류업 계획을 수립해 4분기 중 공시할 예정이다. 구체적인 밸류업 방안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국내 그룹사 중 규모가 가장 큰 삼성그룹과 SK그룹에서는 대기업 계열 금융사 중에서도 아직 밸류업 계획을 발표한 곳이 없다. 삼성그룹에서는 구체적인 밸류업 공개는 없었지만, 금융계열사인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이 2분기 호실적을 기반으로 강력한 주주환원책을 예고한 정도다.

거래소는 이달 말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달 중순에 걸린 추석연휴를 제외하면 기업들에 남은 시간은 2주가량 정도다. 지수가 공개되더라도 아직 금융투자회사들을 제외하곤 참여 기업이 적어 대기업 계열 비금융 상장사들의 참여가 절실하다는 평가다. 밸류업 지수는 연기금 등 기관투자자가 벤치마크 지표로 활용할 수 있고, 지수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출시되기 때문에 시장의 관심이 크다.

밸류업 지수 출시 초기 이후에도 인덱스 효과가 얼마나 지속할지도 관건이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대한 무분별한 패시브 효과 기대는 낮출 필요가 있다”며 “과거 2008년 녹색성장 펀드, 2014년 통일 액티브 펀드, 2018년 초 KRX300 지수, 2020년 BBIG K-뉴딜 지수 모두 순자산총액(AUM)은 높게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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