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충수 된 "정부 안 가져오라"…野, 안 받으면 소득대체율 깎인다

입력 2024-09-0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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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개정안 처리 안 하면 내년 소득대체율 41.5%…큰 틀에서 협상 여지 크지 않아

(자료=보건복지부)
(자료=보건복지부)

보건복지부의 4일 ‘연금개혁 추진계획’ 발표로 연금개혁 국면에서 공수가 전환됐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정부 안을 수용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에 놓였다.

정부 개혁안은 국민·기초연금의 기여율(보험료)·지급률(급여액)을 조정하는 모수개혁안에 퇴직·개인연금 활성화 방안을 더한 ‘미니 구조개혁안’ 형태다. 국회 상임위원회별로 국민·기초연금은 보건복지위원회, 퇴직연금은 환경노동위원회, 개인연금은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소관이다. 여러 상임위가 얽혀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구성이 불가피하다.

야당 다수인 일반 상임위와 달리 여·야 동수인 특위에서는 야당이 주도권을 행사하기 어렵다. 특히 민주당은 지도부와 복지위원들 간 이해관계가 미묘하게 다르다. 박주민 위원장을 비롯한 복지위원들은 참여연대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여성단체연합이 뭉친 ‘공적연금 강화 국민행동(연금행동)’과 이해관계가 같다. 보험료율을 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더 높이는 연금개혁을 추구한다. 이런 방식의 연금개혁은 차기 대권을 노리는 당 지도부에 부담이다. 보험료율 인상에 따른 수입 증가는 제한적이지만, 지출 증가는 매년 누적돼서다. 소득보장형 연금개혁 시 차기 정권은 ‘더 강력한’ 재정안정형 연금개혁 압력을 받게 된다.

21대 국회처럼 전문가들을 앞세운 ‘시간 끌기’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복지부가 제시한 소득대체율 42%는 올해 소득대체율이다. 현행 ‘국민연금법’상 소득대체율은 매년 0.5%포인트(P)씩 낮아져 2028년부터 40%로 고정된다. 연금개혁이 무산되면 내년 소득대체율은 현행법에 따라 41.5%로 떨어진다. 그간 소득보장을 강조해온 민주당이 오히려 소득대체율을 떨어트리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의 연금특위 구성 요구를 ‘정부 안을 먼저 제시하라’며 거부해왔다. 결과적으로는 ‘정부 안’ 요구가 민주당의 선택 폭을 좁히는 자충수가 됐다.

목표 보험료율 13%에 대해서는 이미 21대 국회에서 합의가 이뤄진 만큼, 22대 국회에서 이견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 협상 과정에서 정부 안의 내용이 바뀔 여지는 크지 않다. 협상이 가능한 부분은 상대적으로 보험료 부담이 큰 50대 지역가입자의 인상 속도를 조절하거나,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중장기 과제로 미루는 정도다. 출산·군 크레딧 인정 기간과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은 재원 조달방식에 관한 추가 논의가 필요하나, 방향성에 대해선 이견이 없다. 올해 초 연금특위 공론화위원회 시민대표단 여론조사에서도 다수 안으로 채택된 사안이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이번 정부 안은 21대 국회에서 논의됐던 것들을 나름대로 충실히 반영하면서 지속 가능성에 무게를 둔 안”이라며 “청년세대 형평성 관점에서도 균형을 잘 잡았다고 생각한다. 이런 단독 안을 정부가 제출했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가장 시급한 건 보험료율 인상이기 때문에, 이 정도는 국회가 수용해야 그동안 진정성을 갖고 연금개혁 논의에 임했다고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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