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사망자 대부분 사망 전 경고신호를 보였으나, 주변에서 이를 인지한 비율은 20%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최근 9년간(2015~2023) 자살사망자 109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리부검 면담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심리부검은 자살사망자 기록과 가족·지인의 진술을 검토해 자살사망자의 심리·행동 양상을 확인하고, 자살의 원인을 추정하는 조사방법이다. 심리부검 대상 자살사망자 중 64.7%는 남성이었으며, 평균연령은 44.2세였다. 고용형태는 피고용인이 38.6%로 가장 많았고, 소득수준은 월 100만 원 미만 저소득층이 46.5%였다.
주요 결과를 보면, 자살사망자는 평균 4.3개 스트레스 사건을 다중적으로 경험했다. 생애주기별로 청년기(34세 이하)에는 실업과 구직, 장년기(35~49세)에는 직업과 경제, 중년기(50~64세)에는 퇴직·은퇴·실직, 노년기(65세 이상)는 대인관계 단절과 건강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를 상대적으로 많이 겪었다. 공통적으로는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했다. 자살사망자의 96.6%는 사망 전 경고신호를 보였으나, 이를 주변에서 인지한 비율은 23.8%였다. 시기별 경고신호는 사망 1개월 이내에 감정상태 변화(19.1%)와 주변 정리(14.0%), 사망 1년 이상 전에는 수면상태 변화(26.2%)와 자살 언급(24.1%)이 많았다.
면담에 참여한 유족의 98.9%는 사별 후 심리·행동(97.6%), 대인관계(62.9%), 신체건강(56.5%), 가족관계(52.2%) 등 변화를 경험했다. 심한 우울(20.0%), 임상적 불면증(33.1%), 복합비탄(37.8%), 자살사고(56.3%) 등 정신건강 관련 문제도 겪었다. 유족의 72.7%는 상대방이 받을 충격에 대한 우려와 자살에 대한 편견 등으로 고인의 자살 사실을 주변에 알리지 못했다.
올해에는 1인 가구의 자살사망 특성을 심층 분석한 결과가 특별편으로 수록됐다. 1인 가구 자살사망자 중 청년기 비중은 43.8%로, 다인 가구 자살사망자 중 청년기 비율(28.0%)보다 높았다. 69.0%는 사망 장소가 자택이었으며, 가족에 의한 발견율이 25.6%로 다인 가구(52.1%)의 절반 수준이었다. 특히 비정규직 비율이 43.7%, 지속적 빈곤으로 인한 스트레스 비율은 15.3%에 달했다.
이형훈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은 “올해 7월부터 의무화한 자살예방 교육에 자살위험 경고신호를 파악하는 방법이 포함돼 있다”며 “자살시도자 등 자살 고위험군이 보내는 경고신호에 대한 가족·친구·동료 등 주변의 관심과 지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