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둘기’ 금통위가 던지고 싶었던 메시지는…?

입력 2024-08-2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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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22일 금통위 열고 기준금리 3.5% 동결…소수의견 없이 전원일치 결정
3개월 포워드가이던스에서 금통위 4명 “인하 가능성”…7월보다 2명 늘어
‘소수의견 無’ 매파적 신호 + ‘포워드가이던스 4명’ 비둘기파 신호 동시 전달
증권업계, ‘매둘기’ 표현 나와…“연내 인하 확실하지만 10월 인하 장담 안 해”

(한국은행)
(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와 ‘매파(통화 긴축 선호)’ 메시지를 시장에 동시에 던졌다. 연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이미 반영된 상황에서 피벗(통화정책 전환) 신호를 더 뚜렷하게 보내면 가계부채, 부동산 가격을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해 이중적인 메시지를 낸 것으로 해석된다.

한은 금통위는 22일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했다. 소수의견 없이 전원일치로 결정했다. 일각에서는 소수의견이 1명은 나올 것으로 점쳤으나 뚜껑을 열어보니 만장일치였다.

3개월 시계의 포워드가이던스에서는 금통위원 4명이 3.5%보다 낮은 수준으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열어놓아야 한다고 했다. 포워드가이던스는 이창용 총재가 부임하면서 도입한 시스템이다. 포워드가이던스에서 4명이 ‘인하 가능성’ 의견을 밝힌 것은 지금까지 회의 중에서 가장 많다. ‘금리 인상’에 대한 포워드가이던스 의견이 많았던 시기는 작년 2월로, 당시 5명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 내내 금융안정을 강조했다. 부동산 가격에 대해서는 “빨리 막아야 한다”고,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주는 정책금융에 대해서는 “고리를 어떻게 끊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현재 내수 상황에 대해서는 분명히 내수가 저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리를 동결한 것은 금융안정 측면의 웨이트(무게)를 더 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수도권 부동산이란 특정 지역의 자산 가격이 통화정책의 목표는 아니지만, 금융안정의 가장 큰 리스크가 부동산에 기인한 가계부채이기 때문에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 현상에 대해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 → 서민 집 마련 어려움 → 정책금융 → 부동산 가격 상승’이란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정책 의도와 달리 높아진 주택가격이 정책금융을 더 많이 하게 하고 그 많은 정책금융으로 해서 다시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그런 고리가 만들어진 현상이기 때문에 이것은 어느 정도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 시기를 계속 미룰 수도 없다. 시장에서는 이미 피벗 시점뿐만 아니라 향후 인하 횟수와 속도에 관심을 두고 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 참여자가 보기에는 현재의 부진한 내수시장이 이어지고 미국의 경기마저도 꺾이면서 수출도 둔화되면 2.75%부근까지는 기준금리를 낮춰야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시장의 부정적인 펀더멘털 감각을 십분 인정하면서도 더욱 과격하고 거친 경기 부진 경로를 예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통화완화 요인과 통화긴축 요인이 동시에 상충하자, 금통위 입장에서는 쏠림 현상을 방지하고 시장의 변동성을 최소화하고자 ‘매둘기(매파+비둘기파)’ 메시지를 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정훈·유재혁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포워드가이던스에서 3개월 후 인하 가능성 열어둔 위원은 2명에서 4명으로 늘었고, 통방문도 비둘기적인 스탠스였다”며 “그러나 이창용 총재의 기자회견은 다소 매파적이었고, 물가는 뒷전으로 밀려났고, 가계 부채 문제에 강한 우려를 표시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최근 대출 금리 인상과 9월 스트레스 DSR의 효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데, 다음 금통위까지 6주 동안 이를 확인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며 “연내 인하는 유력하나, 10월 인하를 장담하기는 어려워졌다”고 부연했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포워드가이던스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금통위원이 4명인데도 만장일치로 동결을 결정했다는 것은 금융안정에 무게를 많이 두겠다라는 걸로, 사실 매파적인 걸 우회적으로 시사한 거라고 생각한다”며 “(금통위와 기자간담회가) 그만큼 금융안정을 강조한 자리로 비쳤으면 했던 게 아니었을지 곱씹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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