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동맥질환을 고위험군을 판별할 수 있는 심전도 분석 인공지능(AI) 모델이 개발됐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윤연이·조영진·박지석 순환기내과 교수, 김중희 응급의학과 교수 연구팀이 급성심근경색과 달리 가슴 통증이 지속하지 않는 ‘안정형 협심증’ 환자에게서도 심근경색 등 관상동맥질환을 고위험군을 판별할 수 있는 심전도 분석 AI 모델을 개발했다고 5일 밝혔다.
심장은 평생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기 위해 관상동맥이라고 불리는 세 개의 혈관을 통해 심장근육에 막대한 양의 혈액을 공급받는데, 콜레스테롤 등으로 인해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심장근육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관상동맥질환이 발생한다.
관상동맥이 다 막히지 않고 내경이 좁아진 상태를 ‘협심증’, 좁아진 상태에서 혈전(피떡) 등으로 혈액 공급이 막히고 심장근육이 마비 및 괴사하는 질환을 ‘심근경색’이라고 부른다. 국내 사망 원인 2위를 차지하는 심장질환 대다수가 여기 속한다.
급성심근경색으로 심장에 혈액 공급이 극심하게 제한되면 환자가 느끼는 대표적인 증상은 가슴통증(흉통)이다. 증상이 느껴지는 즉시 최대한 빨리 혈관을 재개통 및 확장하는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최근 응급실에서 빠른 판단 및 조치를 위해 흉통 환자를 대상으로 간단한 심전도 검사만 시행해도 심근경색 등 급성 관상동맥 질환의 여부를 판별하는 인공지능 기술이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AI 기반 심전도 분석 기술은 가슴 통증이 심하고 심전도 변화가 뚜렷한 응급 환자에 한해서 활용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흉통이 간헐적이고 심전도 변화가 뚜렷하지 않은 ‘안정형 협심증’ 환자를 대상으로는 관상동맥에 문제가 있는지 찾아내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병원에서 검사를 시행할 때 흉통 등의 증상이 지속해서 나타나지 않는 환자를 대상으로는 사용이 어렵다는 의미다.
이에 연구팀은 분당서울대병원을 방문한 환자 2만1866명의 심전도 데이터를 활용, 안정형 협심증 환자에서 관상동맥질환의 위험도를 알려주는 심전도 분석 AI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관상동맥질환은 관상동맥 내경이 50% 이상 좁아진 것으로 정의했으며, 혈관 3개 중 2개 이상에서 협착이 발생한 경우는 다혈관 질환으로 정의했다.
연구팀이 별도의 코호트 연구에서 수집한 4517명의 환자 데이터를 검증한 결과, 알고리즘이 산출한 수치(디지털마커)의 정확도를 의미하는 곡선하면적(AUC)은 최대 0.840에 이를 정도로 우수한 성능을 보여 임상적인 활용 가능성이 클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는 그간 심전도 분석으로는 관상동맥질환 위험도를 평가하기 어려웠던 안정형 협심증 환자에서 심근경색 등의 고위험군을 평가할 수 있는 AI 솔루션이 개발된 것으로 의미가 깊다.
윤연이 교수는 “심전도 기기와 연결 없이 심전도 결과를 사진 촬영만 해도 분석할 수 있어 휴대폰만 있다면 누구든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범용성이 아주 높은 솔루션”이라며 “응급실뿐만 아니라 외래 진료나 건강검진까지 관상동맥질환 고위험군을 선별하기 위한 용도로 폭넓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영진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디지털마커 외에도 심전도만으로 심혈관 사망, 발작성 심방세동, 좌심실 비후, 비후성 심근병증, 심장판막질환과 같은 다양한 질환들을 조기진단 할 수 있는 새로운 디지털 마커들을 발굴했다”라며 “이들을 총망라해 현재 1차 의료기관에서도 활용 가능한 심전도 분석 솔루션을 개발했으며, 추후 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저명학술지 ‘유럽 심장 저널-디지털 헬스(European Heart Journal-Digital Health)’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