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총재, 국민연금기금위 ‘이례적’ 초청…‘환헤지’ 화두 던져

입력 2024-07-24 13:16 수정 2024-07-2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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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에 국민연금기금위·관련 부처 초청…직접 주제발표 나서
국민연금 외화자산, 한은 외환보유액 추월…해외투자 확대 계획도
연금기금 고갈 시 환헤지 전략 고민 필요하다는 의견 전해
원·달러 환율 1400원 부근에서 등락…외환당국, 시장수급 불균형 완화 과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7.11. 사진공동취재단 (이투데이DB)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7.11. 사진공동취재단 (이투데이DB)
외국인 돌봄 도우미, 사과 수입 등 이슈를 재점화했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번엔 ‘국민연금기금의 환헤지’를 화두로 던졌다.

2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 총재는 이번 주 초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이하 기금위)를 비롯해 보건복지부 등 국민연금 관계 부처를 서울 소공동에 있는 한은 본관으로 초청하고, 그 자리에서 직접 주제 발표를 했다. 한은이 국민연금 관련 의사결정기구를 초청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더군다나 한은 총재가 직접 발표에 나선 것도 이례적이다.

이 총재는 국민연금의 환헤지 방향성을 논의 주제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의 외화자산 규모, 해외투자 비중 확대 등을 고려했을 때 외환 관리 방안을 살펴봐야 하고, 향후 연금 기금이 감소기로 접어들었을 때도 현재 전략을 유효하게 가져갈 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이달 9일에 열렸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국민연금의 해외 투자가 늘어나는 추세이기 때문에 국민연금도 환헤지를 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하며 국민연금의 적극적인 환헤지 정책에 대한 견해를 드러낸 바 있다.

국민연금은 2015년에 환 오픈 전략을 수립해 현재까지 이행하고 있다. 환 변동 위험에 대응하고자 외환표시 순 자산액(익스포저)의 ±5% 내에서 전술적으로 환 변동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다 2022년 외환시장 안정화를 이유로 환헤지 비율을 상향해달라는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례적인 환율상승 발생 시 한시적으로 최대 10%까지 상향 가능’이란 단서를 추가로 달았다.

국민연금이 환헤지를 위해 달러 선물환을 외환시장에 매도하면 해당 물량을 사들인 은행은 시장에 달러 현물환을 팔아야 한다. 원·달러 환율에 하락 압력(원화 강세,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적정 수준에서 원·달러 환율을 관리해야 하는 외환당국 입장에서는 국민연금의 환헤지 정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국민연금 외화자산 규모, 한은 외환보유액 넘어…해외투자 비중도 50% 웃돌아

‘큰 손’ 국민연금의 행보에 한은의 관심이 더욱 높아진 배경에는 국민연금 외화자산 규모, 해외투자 비중 확대를 꼽을 수 있다.

먼저 올해 들어 국민연금의 외화자산 규모는 한은의 외환보유액을 넘었다. 작년 말까지만 해도 한은의 외환보유액(4201억5000만 달러)이 국민연금의 외화자산(4161억4000만 달러)보다 많았는데 올해 들어 역전됐다. 1월 한은 외화보유액은 4157억6000만 달러, 국민연금 외화자산은 4228억9000만 달러였다. 4월 현재 국민연금의 외화자산 규모는 4391억4000만 달러로 같은 기간 한은의 외환보유액은 4132억6000만 달러(6월 기준 4122억1000만 달러)보다 많다.

국민연금의 외화자산 증가는 수익률 제고를 위한 해외투자 비중 확대에 기인한다. 국민연금 해외투자(주식, 채권, 대체) 비중은 작년에 51.6%(534조 원)로 50%를 넘었다. 국민연금은 2028년까지 해외투자 비중을 약 60%까지 확대할 계획을 갖고 있다. 올해 1분기 자산별 잠정수익률(금액가중수익률 기준)은 △해외주식 13.45% △국내주식 5.53% △해외채권 4.48% △국내채권 -0.01% △대체투자 4.11%다. 국민연금은 수익률 제고를 위해 해외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이에 외환당국은 국민연금의 외환 매입에 따른 외환시장 변동성을 완화하고자 여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일례로 한은과 국민연금은 올해 말까지 외환스왑 거래 한도를 기존 350억 달러에서 500억 달러로 증액하기로 합의했다.

“국민연금 매입이 환율 올린다?” 반문 의견도 나와

이번 자리에서는 국민연금 기금위 측에서 이 총재에게 반문하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연금의 달러 매입과 환율은 상관계수로 봐야 하는데 ‘국민연금이 달러를 사들여 환율이 올랐다’라는 인과관계로 확대해 해석하는 측면이 있다는 견해를 전한 것이다.

최근 한은은 외환시장 변동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앞둔 1380~1390원대에서 등락하고 있는 만큼 레벨 자체가 높기 때문이다. 이달 외환시장 선진화 방안 시행으로 외환거래시간이 새벽 2시까지 연장된 이후 원·달러 환율 종가(새벽 2시 기준)는 2거래일(11일, 12일)을 제외하고 1380원대(19일 종가는 1390.2원)에서 거래를 마쳤다.

한은으로서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외환시장의 안정 역시 중요하다. 다만 이날 ‘확대 해석’을 우려한 반문은 외환시장을 관리해야 하는 한은의 입장과 기금 운용의 수익률 제고를 최우선 해야 하는 기금의 입장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내포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022년 7월 국민연금연구원이 기금위에 보고한 내용을 보면 연구원은 “원·달러 수익률과 해외채권, 해외주식, 해외 대체의 달러 기준수익률 간에는 음(-)의 상관관계를 보여, 원·달러 간 100% 환 오픈 상태에서도 자연 헤지 효과가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당시 연구원은 “2030년대 초까지로 예상되는 기금 성장기에는 현행 환 헤지정책의 유지가 현실적이라 사료된다”고 시사하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은이 국민연금의 주무부처가 아닌 만큼 한은과 국민연금간 소통 차원의 자리로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총재께서 시장 상황에 대해 견해를 브리핑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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