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수급 격차 큰데 정부 ‘딴소리’
장밋빛 환상보다 실질대책 나와야
‘패닉 바잉(공황 구매)’ vs ‘공급 충분’.
최근 수도권 부동산 시장을 바라보는 시장과 정부의 시각차다. 이런 시각차만큼 부동산 시장이 복잡다단하게 돌아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값 동향’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15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28% 올라 약 5년 1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직전 부동산 활황기였던 2021년에도 이 같은 급등세는 없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5000건을 넘어서며 3년 5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미 전고점을 지나 신고가를 기록한 아파트들이 속출하고 있다. 주말마다 1급지는 물론이고 2~3급지 동네 공인중개소에도 방문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일부에서는 가격이 더 오르지 않을까 초조해하며 계약금을 먼저 입금하는 경우도 빈번하다는 것이 공인중개업소들의 전언이다. 서울이 ‘패닉바잉’에 접어들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는 느긋한 반응이다. 이미 시장은 아우성인데 이르면 다음 달에나 대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그럼 대체 왜 이처럼 다른 반응이 나오는 것일까? 정부와 민간이 내놓는 숫자로 가늠해 볼 수 있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을 놓고 국토부는 3만7897가구가 공급된다고 했지만, 민간 정보업체인 부동산R114는 2만3830가구만 나올 것으로 봤다. 올해만 1만4000가구나 차이 난다. 내년에는 이 격차가 2만3000가구까지 커진다.
정부 수치에는 공공주택 입주 물량과 소규모 정비사업 물량, 30가구 이하 도시형 생활주택까지 포함돼 있다. 이를테면 올해 7000가구, 내년에 1만5000가구에 달하는 역세권 청년주택도 물량에 들어 있다. 반면 민간은 입주자 모집공고를 내는 입주 물량만 파악한다.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공급수치는 어떤 통계가 더 가까울지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또한 박상우 장관은 최근 부동산관계장관 회의에서 “5월까지 전국 아파트 착공은 9만2000가구, 수도권 5만7000가구로 각각 지난해보다 50.4%와 63%씩 늘었다”며 “착공 물량은 추후 분양으로 이어지는 만큼 분양 물량은 부족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지금 당장 들어갈 집이 없어 아우성인데 몇 년 후에나 시장에 나올 착공물량을 들며 ‘괜찮다’고 뜬구름 잡는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왜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대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면서 박 장관은 “부동산 시장 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국토부에서 수도권 주택 거래분을 전수조사 중”이라며 “불법 거래 행위에는 단호하게 대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에 실패한 정권마다 내세웠던 전형적인 ‘투기세력’ 핑계를 대는 모양새다.
투기 수요는 잡아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공급부족이라는 진단이 나와있음에도 방향이 틀린 정책은 시장만 죽일 뿐이다.
정부와 정치권도 해법을 모르지 않는 듯하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최근 당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실책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시장에 영끌이 필요 없을 만큼 공급이 이뤄진다는 확신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등 법률 개정에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그렇다. 그 이상의 것도 이하의 것도 필요없다. 딱 저만큼의 정책만 만들고 시행하면 된다. 투기를 잡고 가계부채를 줄이려는 정부 고충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일관성 있는 정책의 필요성 역시 등한시 할 수 없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일관되고 장기적인 계획을 짜고 실천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서민들은 빚을 내서라도 내집 마련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정부가 숫자 몇 개로 이를 쥐락펴락 해서는 안될 것이다. carlo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