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에서 경력을 쌓은 인재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해외 시장 진출 및 라이선싱 아웃 기회를 모색하는 국내 기업들은 이른바 ‘빅파마’ 출신 인재들이 지닌 노하우에 대한 기대가 크다.
2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기업들 다수가 다국적 기업 출신 임원을 앞다퉈 영입했다. 연구·개발 분야는 물론, 사업 전략과 경영 방향성을 결정하는 직위까지 해외 경험을 축적한 인재들이 포진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이달 16일 최고사업개발책임자(CBO) 겸 법무책임자로 크리스토퍼 슬라빈스키(Christopher W Slavinsky) 박사를 영입했다. 그는 화이자, 다케다, 파마코스모스 테라퓨틱스, 프로메테우스 바이오사이언스 등 다국적 기업에서 법무 및 사업개발 담당자 직책을 역임했다.
한올바이오파마는 글로벌 사업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기 위해 이번 인사를 추진했다. 슬라빈스키 CBO는 코히러스 바이오사이언스 재직 당시 면역 종양학 치료제 개발 기업 서페이스 온콜로지를 6500만 달러(897억4550만 원)에 인수하는 ‘빅딜’을 성사시켰다. 또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유심리’의 상업화 작업을 주도하기도 했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론자 출신 피온 황(Fionn Huang)을 글로벌 사업개발(B.D)센터 디렉터로 5월 영입했다. 스위스에 기반을 둔 론자는 중국의 우시바이오로직스, 일본의 후지필름 등과 함께 전 세계 바이오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업계 선두로 꼽힌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피온 황 디렉터의 주도로 중국 시장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그는 싱가포르 국적으로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시장에 전문성을 지녔다. 또한 론자뿐 아니라 머크에서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고객사 대상 CDMO 영업이사로 근무했으며, 써모피셔에서는 생산설비 관련 업무와 세일즈 리더를 담당한 경험도 있다.
지놈앤컴퍼니는 올해 초 홍유석 총괄 대표를 영입했다. 홍 대표는 릴리, 한독테바, 글락소스스미스클라인(GSK) 등을 거친 글로벌 인재로 평가된다. 특히 2018년 한국인 최초로 GSK 캐나다 제약사업 법인 대표로 선임됐고, 2020년에는 GSK 미국 본사 부사장을 맡은 바 있다. 지놈앤컴퍼니 합류 직전에는 판교와 미국 메릴랜드에 본부를 둔 신약개발 전문 기업 디앤디파마텍 대표이사를 지냈다.
지놈앤컴퍼니 측은 홍 대표가 글로벌 사업 개발과 안정화를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 지놈앤컴퍼니는 뇌질환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개발 전문 기업 사이오토 바이오사이언스, 마이크로바이옴 CDMO 전문 기업 리스트랩스 등 미국 기업을 2020년과 2021년 연달아 인수해 해외 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국내 기업들의 해외 시장 진출과 다국적 비즈니스 파트너 접촉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글로벌 기업 출신 인재들의 인기는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한 제약·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국내 시장보다 규모가 크고 규제는 적은 해외 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기업들은 현지 비즈니스에 정통한 구성원 확보가 관건”이라며 “외국 인허가 기관과 소통은 물론, 파트너사와 협상에서도 글로벌 시장을 경험한 책임자의 역할이 크다”라고 말했다.